한국일보

소통과 생명

2021-03-13 (토) 김홍식 내과의사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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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가스냄새가 났다. 여기 저기 냄새나는 곳을 기웃거려볼수록 사태가 심각하다는 생각에 급히 가스회사에 연락하였다. 기술자도 문제가 있는 곳을 찾아내기는 쉽지 않았다 여기저기를 살펴 벽을 뜯어보니 수도관이 조금씩 새면서 옆에 있는 가스관까지 부식 시키고 있었다. 수도관과 가스관을 모두 수리하고 나서야 골치 아픈 문제가 해결되었다. 수도관의 일부에 때가 끼어 좁아지면서 압력이 높아지고 관이 삭아서 누수현상이 일어났던 것이다.

바깥에서 보기에 멀쩡한 집에 수도관 등 모든 관은 얼마나 중요한가? 오래된 집일수로 문제들이 많다. 집의 수도, 가스 같은 여러 관들은 우리 몸에서의 혈관과 비유될 수 있지만 심장에서 나와서 머리와 오장육부 그리고 다리 끝까지 거미줄처럼 정교하게 펼쳐져 있는 우리 몸의 혈관들에 비교하면, 수도관들은 아주 간단하고 단순한 연결들이다. 우리 몸의 혈관을 통해 혈액이 원활하게 흐르고 그 흐름은 각 장기에 영양분과 산소를 공급하여 생명을 날라다주는 생명줄이다. 사람이 건강하게 얼마나 장수하느냐는 이 혈관의 건강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다.

현재 인류를 힘들게 하고 있는 코로나19 감염의 심각한 합병증으로 혈관 내벽에 영향을 준다는 내용이 점점 알려지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폐렴을 일으킬 뿐 아니라 각종 장기가 망가지고 뇌졸중이 발생하는 것이 관찰되자 그 이유를 찾기 시작하였다. 코로나 19는 ACE2 수용체를 통하여 감염이 일어나는데 이는 주로 폐에 많이 있지만 혈관 내막 세포에도 풍부하기에 코로나 바이러스가 혈관 내막세포를 감염시키게 된다.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으로 죽은 환자의 부검에서 혈관 내막 세포에 바이러스가 꽉 차있는 것이 발견되었고 이로 인해 각종 장기 즉 심장, 신장, 소장, 대장으로 가는 혈액순환에 장애가 와서 모든 장기가 쇼크에 빠진 것이 밝혀졌다.


또 이와 같은 관찰은 왜 코로나19의 감염이 흡연자나 기저 질환으로 혈관이 약해져 있는 사람들에게 잘 오는지도 설명이 된다. 고혈압, 당뇨, 비만, 동맥경화에 의한 심장혈관질환이 바로 그것들이다. 젊은 나이의 감염자에게서도 뇌졸중이 많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나 유아와 청소년에게서 괴질이 나타나는 것도 같은 이유인 것으로 추정된다. 코로나19의 감염예방과 사망률을 줄이기 위해서는 예방 접종뿐 아니라, 혈관의 건강이 좋아지도록 관리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전문가는 주장을 하고 있다. 혈관이 좋아지게 하는 방법은 동맥경화를 일으키는 질환을 잘 조절하고 운동과 좋은 섭생을 꾸준히 지켜나가는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는데도 혈액의 흐름만큼 중요한 것이 소통이다. 병원에서 Time Out이란 용어가 있는데 무슨 시술이나 수술 전에 일에 관련된 사람들이 모두 손을 놓고 환자 확인, 어떤 수술을 하는 것이며, 수술부위, 어떤 과정으로 진행되는가를 대화로 모두 다 확인하는 시간이다. 또 병원에서 다른 중요한 대화 방법은 의사가 간호사에게 전화로 오더를 줄 때 반드시 간호사가 다시 의사에게 되풀이하여 이야기함으로 확인하는 절차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같은 말이라도 이해하는 것이 달라 생길 수 있는 오류를 막을 수 있다. 소통과 대화는 비슷하지만 다르다. 대화는 말을 주고받는 것을 표현하지만, 소통은 단순한 대화를 넘어 서로 막힌 것을 뚫어가는 과정이다. 아기의 눈만 쳐다보아도 소통이 되는 엄마의 마음과 같은 것. 요즘 코로나 팬데믹으로 서로 대면할 수 없다보니 화상이나 전화로 서로 연락하지만 뭔가 부족함을 느낀다. 왠지 완전치 않고 답답하다. 대화는 있지만 서로 얼굴을 맞대고 눈을 쳐다보고 서로 마음이 통하는 시원함이 없다. 답답함을 경험하면서 서로 만날 수 있을 때가 되면 소통을 잘해 보리라 생각해 본다.

상대방을 먼저 생각해 주고, 다름을 인정해 주고 반대편의 입장에서 먼저 생각해 보리라. 우리의 소통을 막는 것들은 의식적으로 떨쳐버리도록 노력할 것이다. 아집, 불필요한 열등감과 우월감, 편견, 이기심, 편 가르기 등등... 바이러스가 혈관에 발을 못 붙이게 건강 관리하듯 서로가 소통이 막혀 서서히 외톨이가 되지 않도록 마음을 열리라. 그리고 이웃을 존중하며 겸손하게 귀를 기울이리라.

<김홍식 내과의사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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