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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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창] 모두 목소리 높여 노래하자

2021-02-25 (목) 김 린(재정상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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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BLM 사태가 일어날 무렵 “흑인국가(Black National Anthem)를 음악순서에 넣으면 좋겠다”는 요청이 있었다. 미국교회 음악부를 담당하고 있는 나는 그때까지 미국 국가는 “The Star-Spangled Banner”만 있는 줄 알고 있었다. 그런데 “모두 목소리 높여 노래하자(Lift Every Voice and Sing)”라는 흑인 미국국가를 미국 찬송가에서 발견하고 불러보는 순간 감동이 밀려왔다.

400여년의 압박과 인권탄압의 피로 얼룩진 고난의 길을 헤치고 나온 이들의 과거, 현재, 미래가 이 곡 세절에 점철되어 있었다.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고통이 승화된 이 노래를 이 지구상 모든 사람이 같은 심정으로 부른다면 절망은 사라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처와 설움과 분노와 갈등이 있는 어느 민족이나 개인이 이 노래를 부를 때 어두웠던 과거가 오히려 가치 있고 영광스러운 연단이었다고 고백되어지면 좋겠다. 힘과 용기와 희망을 주는 이 노래를 흑인역사의 달인 2월에 나누길 원한다. 노래 내용을 간략하게 의역해 보겠다.

“모두 목소리를 높여 땅과 하늘이 울릴 때까지 노래를 부릅시다. 자유의 하모니가 울려 퍼지도록. 우리의 기쁨이 하늘에 들리고 그 소리가 이어져 바다를 구르는 큰소리가 되도록! 어두운 과거가 가르쳐 준 믿음이 가득한 노래를, 오늘을 있게 한 희망에 찬 노래를 부릅시다. 새날에 떠오르는 태양을 마주하며 우리 최후 승리할 때까지 전진합시다.


돌밭 길을 걸어오며 징벌의 채찍을 맞을 때마다 소망은 태어나지도 못한 채 죽었다고 느꼈었지요. 하지만 꾸준한 박동으로 피곤한 발걸음을 이끌며 우리 부모님들이 한숨 쉬며 바라셨던 이곳까지 우리는 도착하지 않았습니까? 눈물로 적셔지고 학살의 피가 얼룩진 이 길을 헤치며 걸어왔습니다. 우울한 과거에서 벗어나 밝은 별의 환한 빛이 드리워진 자리에 마침내 우리는 서있습니다.

지친 세월 지나며 침묵의 눈물을 흘릴 때에도 함께 계신 하나님! 권능으로 먼 길을 빛으로 인도하신 주님! 우리 인생의 여정도 영원히 지켜주시기를 기도합니다. 우리가 당신을 만난 자리에서 벗어나지 않고 세상의 포도주에 취하여 당신을 잊지 않게 하소서. 당신의 장중의 그늘 아래 영원히 서있게 하시어 하나님과 조국 앞에 진실하게 하옵소서!”

나 역시 기원한다. 하나님과 조국 앞에 진실하기를!

<김 린(재정상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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