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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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봄소식을 전하는 자

2021-02-23 (화) 최효섭/목사•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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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 루터 킹 목사는 뉴욕에서 신학을 마치고 고향 앨라배마에 돌아가 “나는 여러분에게 봄소식을 전하기 위하여 돌아왔습니다”하고 말하였다. 그가 시작하려는 흑인과 모든 유색인종의 해방운동, 인권운동을 그는 봄소식이라고 표현하였던 것이다. 열리는 계절, 인간의 권리가 해방되는 계절을 봄소식이라고 표현한 것이다.

봄은 누구에게나 좋은 계절이다. 내가 심장 속의 관상동맥 수술이라는 위험한 수술을 받게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한국의 저명한 동양화가 김학수 선생이 대나무를 그리고 거기에 사시장춘(四時長春)이라고 써서 보내준 일이 있었다. 네 계절이 모두 봄과 같기를 빈다는 뜻이다. 추운 지방에 살수록 봄을 기다린다. 따뜻한 봄 꽃피는 봄이 얼마나 좋은가!

일본 사람들은 집에 축복을 가져오는 나무로 송죽매(松竹梅)를 말한다. 소나무 대나무 매화는 모두 추위도 견디는 식물로 복의 상징으로 보는 것이다. 봄은 창문을 여는 계절, 소생의 계절로도 각광을 받아왔다.


한국의 오랜 민요로서 ‘처녀 총각 노래’라는 것이 있다. 가사는 이렇게 나간다. “봄이 왔네 봄이 와/ 숫처녀의 가슴에도/ 나물 캐러 간다고/ 아장아장 걸어가네/ 산들산들 부는 바람/ 아리랑 타령이 절로 나네/ 봄이 되면 처녀 총각들의 마음도 들떠서 모두가 밖에 나가 누군가를 만나기를 원한다는 봄기운을 노래한 것이다.

이런 봄의 현상을 볼티모어의 정신의학자 일렌 펙 박사는 햇빛의 영향이라고 설명한다. 해가 길어지면 눈의 각막을 자극하고 그 결과 수면과 식욕을 발동시키는 하이포타라무스(Hypotalamus)에 자극을 주어 일어나는 현상이라는 어려운 설명을 붙이는데 어쨌든 봄은 마음을 들뜨게 하고 결혼도 많이 하는 좋은 계절이다

기독교는 봄에 사순절(四旬節)을 맞는다 영어로는 Lent라고 말하는데 예수의 부활 이전 40일을 말하며 교인들은 이때 금식 기도회 등 많은 행사를 갖는다. 그런데 Lent란 라틴어는 단순히 봄이란 뜻이다. 십자가 처형이라는 처참한 사건이지만 그로 말미암아 인류에게 봄이 왔다는 상징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는 인생의 가장 보람찬 일 세 가지를 말한다. 첫째, 보람찬 일을 발견한 사람, 둘째 사랑할 사람을 발견한 사람, 셋째 확실한 소망을 찾은 사람이다. 금년 봄에 칸트의 세 가지 행복을 독자 여러 분들도 모두가 발견하시기를 바란다. 이 화창한 봄, 그대의 가정에 행복이 깃들기를 축원하며.

한국의 어느 여자 대학에서 가장 존경하는 인물 조사를 하였는데 이스라엘의 여 수상 골더 마이어가 뽑혔던 일을 기억한다. 한 나라뿐이 아니라 전 세계의 여성들이 존경하던 여인이다. 이스라엘이 아랍과 전쟁을 할 때 한 장관이 보고를 드렸다. “수상님, 우리 이스라엘군이 승리하고 있다는 보고입니다.

“ 마이어 수상은 조용히 말하였다. “싸움에서 적을 많이 죽인 것이 결코 기쁨이 될 수는 없습니다. 그보다 저 벌판에 딸기꽃이 피는 것이 더 큰 기쁨입니다.” 과연 골더 마이어는 위대한 여성이었다. 전쟁 중에도 봄소식을 기다리는 수상의 마음이 정말 놀랍다.

<최효섭/목사•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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