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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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창] 따뜻한 말 한마디

2021-02-19 (금) 안세라 (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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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를 하고 집 이곳저곳을 손보는 동안, 남편과 소소한 싸움을 이어나갔다. 그러던 어느 날, 터질 것이 터지고야 말았다. 아직 어린 두 아이를 데리고 이 시국에 새 집에 필요한 이것저것을 사려고 실내 쇼핑을 하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여러가지 볼일을 보라고 시부모님께서 아이들을 곧 잘 봐주시곤 하신다. 어머님은 아이들을 언제든 맡기라 하시지만 며느리인 내 입장에선 마냥 어머님에게 의존할 수만은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날도 어머님이 아이들을 데려와 맡기고 내 볼일을 보라고 하셨지만 나는 괜찮다며 애들을 데리고 꾸역꾸역 집안일을 하던 중이었다. 지쳐서 얼굴 표정이 어두운 나에게 남편은 “그러길래 그냥 엄마한테 애들 맡기라고 했잖아”라며 나를 탓하기 시작했다. 아니나 다를까 그 한마디가 시발점이 되어 부부싸움이 시작됐다. “내 새끼 내가 보겠다는데 왜?”라는 나의 말에 남편은 쉴 틈도 없이 “그렇게 힘들어 할 거면 애들을 맡기라고, 엄마는 데리고 오라고 하는데 왜 굳이 너가 보냐고!” 큰소리를 냈다. 그날 밤, 나는 남편을 불러 서운했던 마음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내가 내 자식을 보겠다는데 그게 그렇게 당신한테 혼날 일이야?” 그러자 남편은 “내 말은 그게 아니라, 너가 그렇게 힘들어 할 것 같으면 엄마가 맡기라고 했을 때 맡기면 될 텐데 굳이 애들을 맡기지 않고 왜 고생하냐 이거지. 나는 너가 힘들어 하는 게 싫어” 하는 것이다. 그 말은 맞다.

우리 남편이 제일 좋아하는 ‘논리적이고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것’을 생각하면 어머님께 아이들을 맡겼어야 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게 아니지 않은가? 내가 듣고 싶었던 건 그저 ‘따뜻한 말 한마디’였다. ‘애들 둘 보느라 힘들지. 내가 뭐 도와줄까?’라든지 ‘애들 본다고 고생한다. 너 마음은 알겠는데 그래도 힘들면 엄마한테 부탁해봐’라던지, 그저 그냥 나의 입장이 되어서 따뜻한 말 한마디와 함께 나를 위로해 줬으면 됐을 일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 한마디’를 남편은 할 줄을 모르고 ‘그 한마디’를 듣지 못한 나는 그 아쉬움을 속으로 삭히지 못하는 것이다. ‘따뜻한 말 한마디’가 그렇게 힘드냐는 나와 ‘그렇게 말을 한듯 뭐가 달라지느냐’는 우리 남편. 부부싸움은 칼로 물베기라고 하던가! 결론 없는 부부싸움의 연속에 우리는 다시 육아전쟁 돌입이다.

<안세라 (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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