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창] 어두운 밤 지나가고 폭풍우 개이면은
2021-02-11 (목)
김 린(재정상담인)
지난주 여러 날 폭풍우가 치고 많은 비가 내렸다. 우리 집 뒷마당에도 캐노피 천막이 날아가 버리고 레몬나무 가지들이 꺾이고 노란 레몬들이 우수수 떨어졌다. 동네 이웃 그룹 방에서는 “강아지들을 집 안에 들여 놓으세요” “플래시 라이트를 준비합시다” “현관 앞 양탄자가 날아가 없어졌어요” 등 서로 폭풍우를 우려하며 분주했다.
며칠 후 폭풍우가 지나가고 광명한 햇빛이 비치는 오후, 나는 가벼운 차림으로 산책을 나갔다. 온 세상이 얼마나 아름답고 청명한지… 나는 스마트폰으로 그림 같은 몇 장면을 찍었다. 이런 풍경을 보면서 떠오르는 노래가 바로 “희망의 속삭임”이었다. “어두운 밤 지나가고 폭풍우 개이면은 동녘엔 광명의 햇빛 눈부시게 비치네.” 폭풍우로 피해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캘리포니아는 절대적으로 물이 많이 부족하다. 최근 몇 년 동안 산불의 재앙과 가뭄을 경험한 이 지역에서 비는 은총의 단비라고 할 수 있다.
우리의 삶에서 폭풍우의 계절을 지나고 있다면 화창한 날이 올 것을 기대하며 인내해야 한다. 고통의 시간 동안은 우리의 내면에 잠재되어 있던 의지와 감정과 지성과 논리와 경험들이 일제히 일어나 고함과 절망의 부르짖음으로 우리를 지치고 힘들게 할 것이다. 그러나 광명의 햇빛이 눈부시게 비취기 전에 칠흙 같은 어두운 밤은 필히 와야 한다. 지금은 우리 모두 팬데믹 계절을 인내하며 견딜 때이다.
그런데 이 노래의 영어 가사를 보면 수동적이 아닌 의지적으로 어두움과 폭풍우가 지나가길 기다리라고 한다. “Wait till the darkness is over, Wait till the tempest is done” 그리고 소망하라고 한다. 내일의 밝은 태양빛을. “Hope for the sunshine tomorrow after the shower is gone.”
이 상황을 견디기 힘들어 하는 이웃에게 사랑의 부드러운 목소리로 “기다려. 곧 광명한 태양이 찾아올 거야”라고 희망을 속삭이며 감싸주면 어떨까? 믿음직한 모습으로 “힘들지? 믿음을 가져. 언약은 반드시 이루어질 거야” 하며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면 어떨까? 팬데믹 시대를 지나가고 있는 우리 모두가 “희망의 속삭임”을 노래하는 소망의 2021년이 되기를 마음속 깊이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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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린(재정상담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