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가 낀 지난 주말, 산타크루즈 해변가에는 여름 바캉스철과 맞먹을 정도로 수많은 인파가 북적거렸다. 코비드19로 인해 집에서 생활하다가, 구름 한 점없이 화창하고 따뜻한 날씨에, 그동안 쌓인 우울함을 떨쳐버리려 모두 바닷가로 나온 것 같다. 마스크도 하지 않은 젊은이들, 가족 동반 나들이 나온 사람들, 비키니 차림으로 비치 발리볼을 하는 늘씬한 아가씨들, 정말 모처럼 사람 사는 세상이 돌아온 것 같은 기분이었다. 한편으로는 코비드 감염이 걱정되었지만.
음력으로는 아직 설이 되지 않았으니, 며칠 후 돌아오는 새해를 맞이하며, 작심삼일이 되지 않도록, 우선 나에게 가장 절실하고, 쉽게 포기하지 않고, 오랫동안 지속할 수 있는 다짐을 생각해 보았다. 매일 30분 이상 걷기, 일기 쓰기, 가족과 친지들에게 감사하고 사랑한다는 말하기, 한의학 공부 더 열심히 하기 등등, 하기 쉽고 실현 가능한 바람을 다짐해 본다.
코비드19 때문에 잃은 것도 많지만 얻은 것도 좀 있다. 산호세 오피스와 인턴 실습하는 재팬타운에 있는 웰니스센터에 출근하다가 집에서 구글 클래스로 수업을 진행했다. 작년 3월 24일에 인턴 실습 클리닉이 문을 닫아 환자 대면 진료를 하지 못하고, 케이스 스터디로 수업을 해서 자연히 수업 준비를 많이 해야 해서 한의학 이론 공부를 복습하는 좋은 시간을 갖게 되었다.
또, 다른 좋은 점은 자유 시간이 많아져서 그동안 무심했던 텃밭 가꾸기에 정성을 들인다. 우리 집 앞을 오가는 사람 중에는, 틈틈이 나와서 물을 주거나 잡초를 뽑는 나와 마주치면 “I like your garden. Beautiful!(당신의 정원이 맘에 들어요. 아름다워요”이라며 말을 건네고 간다. 어떤 사람은 잘 자란 고추를 보며 “좀 가져가도 되느냐”고 묻는다. 나는 “무엇이든지 필요하면 언제든지 가져가도 돼”라고 대답한다. 토마토, 파 고추, 케일, 깻잎, 아욱, 근대…. 작은 앞마당 텃밭에 여러 야채가 지천으로 자라고 있다. 모르는 이웃들과 작은 것이라도 정성으로 나누는 것이 새해 다짐에 하나 더 추가되었다.
=
박희례씨는 이화여고, 서울대학교 간호대학을 졸업했고 산타크루즈 도미니칸 병원 암병동 간호사, 화이브 브랜치스 한의과 대학 석·박사 졸업 후 동대학원 한국어반 학장을 역임했다. 현재 한의대 영어반 임상 교수 겸 박희례 한의원 원장. 코윈 SF지부 수석 부회장.
<
박희례 (한의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