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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이 먼저 해야 할 일

2021-01-26 (화) 민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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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3일만에 30개의 행정 명령에 서명하며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이 중 상당수는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 비용 지급 중단이나 일부 회교 국민 미 입국 금지 등 트럼프의 정책을 뒤집는 것이다.

지금 바이든이 해야할 일은 많지만 그 중 가장 시급한 것이 코로나 바이러스 통제라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망가진 미국 경제를 회복시키고 미국민의 생활을 정상으로 돌리기 위해 코로나를 잡는 것 말고 다른 근본적 해결 방안은 생각할 수 없다.

그리고 그 최선의 방책은 백신의 신속한 대량 접종이다. 1월 13일 현재 연방 정부가 주 정부 등에 공급한 백신은 2,900만 명 분에 불과한데 그나마 실제로 접종된 것은 그 1/3인 1,000만뿐이다. 모두 예상보다 훨씬 저조한 숫자다. 어째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미 은퇴자협회(AARP) 분석에 따르면 그 이유는 일곱 가지다. 첫째는 백신이 예상보다 일찍 개발되는 바람에 배급망을 구축할 시간이 부족했다. 종전까지 백신 개발은 통상 10년, 빨라야 4년이었는데 이번에는 연방 정부와 제약 회사간의 긴밀한 협조로 9개월만에 이뤄졌다. 개발에 전력 투구하느라 배급망을 만드는데 소홀했다.

두번째는 백신 생산이 예상보다 늦어지고 보급 일정이 불투명하다 보니 주정부가 적절한 접종 계획을 세울 수 없었다. 거기다 지금까지 승인된 백신은 모두 두번 맞아야 효력이 나기 때문에 현재 재고가 있어도 다른 사람에게 놔주지 못하고 있다. 재고를 소진하고 나면 다음 물량이 언제 올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세번째는 대규모 접종을 처음 해 보는 주정부가 노하우와 자원이 부족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연방 정부가 뒤늦게 지원 의사를 밝혔으나 이에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네번째는 수년간 예산삭감으로 많은 주정부 보건국이 맥이 빠진 상태다. 지난 번 9,000억 달러 규모의 코로나 지원 예산 중 백신 보급과 관련된 액수는 87억 달러에 불과하다.

다섯번째는 병원도 마찬가지다. 지난 1년간 코로나 환자들이 몰려드는 바람에 의료진들이 기진맥진한 상태다. 대대적인 인력 보충 없이는 주사를 놔줄 사람조차 부족한 형편이다.

여섯번째는 코로나에 가장 취약한 요양원 환자나 의료진 가운데도 백신을 맞기를 꺼리는 사람들이 있다. 각종 부작용을 우려해서인데 이들을 우선 접종자로 분류해놨기 때문에 이들 접종이 끝나기 전에는 일반인들은 맞고 싶어도 맞을 수가 없다.

일곱번째 이로 인해 백신 재고가 쌓이고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급 받은 백신을 소진하지 않으면 의료 기관에 더 이상 백신을 공급하지 않는 ‘use it or lose it’ 정책을 추진하는 주들이 늘고 있다. 일단 받은 백신은 우선 접종자가 원하지 않을 경우 일반인에게도 나눠주라는 것이다.


12월에 백신이 개발된 후 지금까지 배급이 늦어진 이유는 여러가지지만 가장 결정적인 것은 리더십의 부재다. 지난 한 달 여 동안 트럼프는 이를 어떻게 빨리 보급해 미국민의 생명을 살리느냐에는 관심이 없고 엉터리 부정 선거 주장만 되풀이 하며 의사당 난입을 선동하다 미 역사상 처음 연방 하원에서 두번째 탄핵되는 대통령이 되는 치욕을 겪었다. 이런 사람이 대통령으로 앉아 있는데 백신이 제대로 배급됐다면 그것이 기적이다.

백신의 대대적이고 신속한 보급이야말로 바이든 행정부를 트럼프와 차별화하며 미국을 살릴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코로나로 죽은 미국인 수는 이미 제2차 대전 희생자 수를 넘어섰고, 경제적으로도 대공황 이후 가장 많은 미국인이 고통을 겪고 있지만 백신 보급만 제대로 이뤄진다면 이는 해결될 수 있는 문제다.

어느 행정부도 처음 100일이 가장 중요하고 트럼프 단죄부터 지구 온난화 방지 등 해결해야 할 난제가 쌓여 있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러나 모든 일에는 먼저 해야할 일과 나중에 할 일이 있다. 지금 모든 일에 우선하는 것은 코로나 퇴치임은 자명하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대적인 예산 지원과 인력 확충을 통해 최대한 빠른 시일내 집단 면역에 필요한 70%의 미국인이 백신 접종을 마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주기를 부탁한다.

<민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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