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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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창] 이별

2021-01-22 (금) 양주옥 (피아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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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한 해 유난히도 많은 사람들이 예기치 못한 이별을 경험했다. 오랫동안 아팠거나 이별을 준비할 수 있는 경우도 있지만 생각지도 못한 사고나 코로나와 같은 질병으로 작별인사도 제대로 나누지 못한 채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 보내는 안타까운 이별도 있다. 어떤 경우든지 헤어짐은 늘 아쉽고 슬프다. 다시 만남을 기약할 수 있는 이별은 그래도 견딜 만하지만 영원히 이별하는 경우라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우리는 살면서 여러가지 이별을 경험한다. 죽음뿐 아니라 자녀들을 대학에 보내거나 이사를 하면서, 고국을 떠나오면서, 결혼을 하거나 직장을 옮기면서 새로운 만남을 가지기도 하지만 익숙해진 것들과 헤어지기도 한다.

내게도 많은 만남과 이별이 있었지만 여성의 창을 쓰면서 이렇게 글로 많은 분들과 만나고 삶의 소소한 일상을 나누는 기회를 갖게 된 것이 특별한 축복이었다. 평범한 주부의 일상은 모두가 겪는 일인데, 글을 통해 생각과 경험을 나누지 않았다면 누가 이런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주었을까 싶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몇 개월은 내게 참으로 소중한 시간이었다. 마음처럼 멋진 글이 되지는 못했지만 살아가며 느꼈던 것들과 스쳐 지나가던 생각들을 글로 정리하며 자신을 돌아보고 실천을 다짐하는 시간도 갖게 되었다. 요즘은 참으로 좋은 세상이라 멀리 있는 가족이나 교회 식구들, 또 친구들과도 글을 공유할 수 있었다. 글을 읽으며 공감한다고, 자신의 아들 이야기를 보태며 함께 울던 뉴욕의 친구가 있는가 하면, 미처 생각지 못했던 일상인데 글을 읽으며 자신의 마음을 다스릴 수 있게 되었고 가족을 더 사랑할 수 있게 되었다는 어바인의 친구도 있었다. 아름다운 가을의 낙엽과 함께 만난 감사절, 모두에게 사랑을 전하는 성탄절과 멋진 새해를 여성의 창을 통해 함께 할 수 있는 행운도 누렸으니 얼마나 감사한가.

돌아보아도 내겐 감사하지 않은 것이 없다. 만남에 가슴이 설렜다면 이제 이별의 아쉬움이 가슴 한켠에 남겠지만 내 인생에 소중한 추억의 한 장을 더 할 수 있게 해주신 여러분들과 읽어주신 독자 여러분께 거듭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희망찬 새해를 맞았다고 덕담을 건넨 지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 달이 흘러 열한 달을 남겨두고 있다. 아무쪼록 우리가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더 많은 감사로 채워져 모두가 행복한 한 해가 되시길 소망한다.

<양주옥 (피아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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