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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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창] 두루마리 휴지와 인간의 존엄성

2021-01-13 (수) 송현아 (산호세주립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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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되면서 ‘휴지 사재기’ 현상이 두드러졌고, 그 원인에 대한 다양한 분석들이 나왔다. 그중 퍽 공감되고, 신선했던 것은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존엄성’을 유지하고자 하는 본능적 행위라는 것이다. 화장실에서 휴지를 일상적으로 사용하던 이들에게, 휴지의 부재가 가져올 수 있는 품위의 손상을 예방하고자 함이라는 해석이다. 이것이 얼마나 신빙성이 있느냐의 여부를 떠나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한국과 미국을 포함한 많은 국가에서는 그 사회 구성원의 인간적 존재의 가치를 인정하고, 빈곤, 실업, 질병, 재해 등과 같은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여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해 다양한 복지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복지 제도를 ‘사회안전망(Safety Net)’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국가와 사회의 부단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거세게 전세계를 위협하고 있는 팬데믹 상황은 지금 그 사회안전망을 뒤흔들고 있는 듯하다. 실업률 급증과 노숙자, 주거 문제, 코로나 블루와 같은 정신 건강의 문제, 가족 갈등, 노인문제 등 다양한 사회 문제들이 이번 팬데믹 기간 동안 더욱 불거졌고, 사회 양극화가 극심해지고 있다는 뉴스가 연일 보도되고 있다. 국가적 차원의 전례없던 대규모 경제부양책들이 시행되고 있지만, 포스터 팬데믹 시대에는 보다 지속 가능하고, 근본적인 복지 및 경제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새해에는 무엇보다 팬데믹의 종식과 함께 일상으로의 회복을 간절히 염원하지만, 동시에 이 기간 동안 드러난 사회 문제들에 대해 보다 많은 이들이 깊은 관심을 가지고, 해결을 위한 다양한 노력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한 해가 되길 기대한다. 국가 차원의 제도적 개선 및 지원에 더하여, 각 개인들이 내 주변의 힘든 이웃들을 한 번 더 돌아보고, 그들의 고통을 함께 나누며, 더불어 이 힘든 시간들을 헤쳐나가는 한 해가 되길 소망한다. ‘네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예수님의 계명을 삶으로 실천하여, 두루마리 휴지가 아닌 따뜻한 ‘사랑’으로, 서로가 서로의 인간적 존엄성을 지켜주는 그런 사회가 되길 간절히 기도한다.

<송현아 (산호세주립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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