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동명이인

2021-01-11 (월) 이상민 / 공인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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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 같으면 뭐든 공통점이 있을 거라는 착각을 하기 마련인가보다. 요즘 미국대선 결과를 보고 많은 한국의 유튜버들이 미국의 민주당과 한국의 민주당의 정치철학을 비교해가며 서로 비슷한 행보를 한다고 방송하는 걸 보면 웃음이 절로 난다.

무식하면 용감해서 그런 걸까, 미국을 몰라도 너무 모르면서 떠들고들 있다. 오늘이 내가 미국이민생활을 시작한지 만으로 46년 되는 날이다. 내 인생의 75% 이상을 미국에서 살았는데도 매일 미국에 대해 새로운 걸 배우며 경이로움을 느낀다.

미국 노벨문학상 수상자 존 스타인벡은 ‘이 거대한 나라가 도대체 어떤 나라인지도 모르면서 책을 쓴다는 것은 범죄에 가까운 행동이다.’라 생각하고 직접 차를 몰고 다니며 기행문(Travels with Charley)을 썼다. 고장마다 다른 풍습과 이념을 소개한 이 작품을 읽으면 ‘미국은 이런 나라다.’ 라는 결론을 단번에 내릴 수가 없다. 세계 각국의 이민자들이 모여 세운 나라를 이해한다는 것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당명이 같으니 정치철학이 같을 거라 생각하는 것은 동명이인의 운명이 같다고 말하는 점쟁이를 믿는 것과 같은 어리석은 생각이다. 미국의 공화당과 민주당은 우리가 이해 못하는 서로 이견이 많은 정치집단이다. 하지만 그들은 국가를 수호하기 위해 자유민주주의 기본적 이념만큼은 함께 지키고 있다. 당을 위한 그들의 의리와 충성은 존경해야하는 수준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창당을 하고 당명을 개칭하는 한국의 정치와는 비교될 수 없다. 미국을 모르고 트럼프가 누군지도 모르면서 이번 대선에 승리한 미국의 민주당을 당명이 같다는 이유로 조작된 부정선거니 좌파니 떠들어가며 사회주의로 몰아가는 것은 위험천만한 언행이다.

<이상민 / 공인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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