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2020년 12월 31일 9년간 동고동락했던 가게 세틀먼트를 완료했습니다. 될 듯 말 듯, 오늘 내일, 벙어리 냉가슴 앓듯이 가슴 조이다가 마침내 훌훌 털고 빠져나왔습니다.
아침, 점심 장사를 평상시처럼 잘 하다가 오후에 갑작스레 문 닫고 나온 후 짧은 시일안에 다시 열 줄 알았는데 결국 그날이 마지막 영업이 되었습니다. 9년전 40만불에 구입한 가게를 10분의 1인 4만불에 어렵사리 넘겼습니다.
지난 9년 동안 자동차를 세 번 새 차로 바꿔가며 매일 왕복 75마일을 90분 운전하면서 신나고 힘차게 가게를 다녔지만 상상도 생각도 못한 코로나-19 때문에 비에 젖은 종이처럼 소리 없이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나 보다 더 힘들고 어려운 이웃을 보면서 위안을 삼고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어렵고 어두운 상황에서 몸 건강히 빠져 나온 것도 천운으로 생각합니다. ‘소돔과 고모라’같은 파멸을 겪지 않으려면 “악을 떠날 땐 뒤도 돌아보지 마라”고 했듯이 소금기둥이 되지 않기 위해 앞만 보고 가겠습니다.
이제부터 저도 하루 쉬고, 하루 노는 자유인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어쩌지요? 세상이 블랙홀처럼 가게까지 집어 삼키면서 꼼짝 못하게 하고, 집콕만 하라고 아우성이니 날마다 뭐하고 지내야 할지…. 당분간 과로사 하기는 틀린 것 같습니다.
한국처럼 좋은 나라면 매일 공짜 지하철이라도 타고 이곳 저곳 구경 다니는 지공거사(地空居士) 회원으로 가입할 수도 있을텐데….
“아! 테스형 세상이 왜 이래? 그저 와준 오늘이 고맙기는 하여도 죽어도 오고 마는 또 내일이 두렵다…. 너 자신을 알라며 툭 내뱉고 간 말을 내가 어찌 알겠소 모르겠소 테스형…. 세월은 또 왜 저래…. 먼저 가본 저 세상 어떤가요? 테스형, 가보니까 천국은 있던가요? 테스형”
엊그제 저녁 하늘에 휘영청 높이 떠서 대낮처럼 훤하게 비추던 보름달을 쳐다보고 옛 추억이 잠시나마 생각났습니다. 그 달도 이제 기울어버렸고, 양력 섣달 그믐밤 금년 액운을 모두 씻어갈 함박눈이라도 펑펑 내리면 얼마나 좋으리. 신참 자유인의 마음이 멜랑콜리하네요. 새해벽두에 지난해의 묵은 때를 씻어갈 듯 비가 내리니 그나마 다행이군요.
한국일보 독자 여러분 모두 송구영신(送舊迎新)하시고 대박 나세요.
*인디언 추장은 정성모씨의 아이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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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모 / 워싱턴산악인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