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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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창] 미지의 시간 속에 담을 행복

2021-01-01 (금) 양주옥 (피아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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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새해가 되면 들뜬 마음으로 눈을 떴다. 이른 아침부터 어른들께 세배를 하고 엄마가 정성껏 차려주신 떡국과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친척들과 옹기종기 앉아 이야기 꽃을 피운다. 때때로 창 밖에 하얀 눈이 소복하게 내린 것을 보면 내 맘도 더 깨끗해지는 것처럼 이런저런 계획을 세워보곤 했었다. 물론 그 계획을 일년 내내 기억하고 실행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늘 설레는 맘으로 새해를 맞았던 것 같다. 하지만 이제는 어렸을 적 설레는 마음과는 사뭇 다른 마음으로 새해를 맞게 된다.

그만큼 세상을 알게 되었다고 해야 할까? 어느덧 할머니가 되었으니 어린 시절의 느낌과는 당연히 다를 것이다. 누구나 나이 드는 걸 원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새해가 되면 모두가 공평하게 나이를 먹는다. 그렇게 세월이 흐르며 어른이 되고 노인이 되지만,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소망은 남녀노소 누구나 똑같을 것이다. 요즘처럼 우울한 뉴스가 넘쳐나는 때에 기대하는 행복은 왠지 더 간절해진다. 많이 가져서 행복한 것도 아니고 적게 가져서 불행한 것도 아니다. 마음먹기에 따라 행복하다 느낄 수도 있고 불행하게 느낄 수도 있다.

행복이란 삶에서 기쁨과 즐거움을 가지고 만족을 느끼는 것이라 정의한다. 가진 것에 만족하고 이웃을 돌아볼 줄 알고, 아름다운 인간 관계를 맺을 수 있으면 그것이 행복이라는 생각이 든다. 부족한 것 같지만 쓸 것이 있고, 작은 것이라도 나누어줄 이웃이 보이고 기꺼이 나누고 싶은 마음, 우울한 것 같지만 소소한 기쁨과 감사가 있는 삶, 사랑을 받기보다 줄줄 아는 사람. 생각만 해도 행복해진다. 이런 행복은 우리 모두가 마음만 먹으면 누릴 수 있지 않을까.

올 한 해 어떤 일들이 일어날지, 또 얼마나 큰 일들이 이 세상을 흔들지 아무도 모른다. 우리 모두 한번도 살아보지 못한 미지의 시간을 살아갈 것이다. 어느 노학자는 행복을 추구한다는 것은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의 빈 그릇 속에 담아 넣고 싶은 것들의 대명사와 같은 것이라 말했다. 누군가가 간절히 살고 싶어했던 하루를 살아가면서 다가올 미지의 시간 속에 눈에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진실함과 소중한 것들을 담으며 살아가면 작년보다 더 힘든 한 해가 된다 할지라도 우리 모두는 행복한 한 해를 살았다고 기억하지 않을까. 그런 새해, 그런 2021년 한 해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양주옥 (피아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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