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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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 속에서도 용기를

2020-12-31 (목) 문성길 / 의사 전 워싱턴서울대동창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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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크고 작은 어려움에 봉착한다. 그럴 때마다 좌절과 분노, 한탄만 한다면 아무 일도 헤쳐 나갈 수 없다. 훗날 그 어려웠다는 난관도 돌이켜보면 그리 대수롭지 않았던 것을 알고 스스로 부끄러워짐을 우리 모두가 경험했으리라 짐작된다.
금년은 온 세상이 코로나 바이러스의 창궐로 1918년 스페인 독감유행, 14세기 흑사병 참상을 무색하게 한 해였다.

세계적으론 8천만명 감염에 거의 2백만명이 사망했고 미국의 경우 1천9백만명 감염에 33만명이상 사망에 매 10분마다 1명꼴로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는 현실이 참으로 경악스럽다.
사회적 접촉이 거의 마비상태다. 사람이 사람을 두려워하며 심지어 사랑하는 가족의 임종은 물론 장례식에 조차 참석의 제약이 비일비재한 형국이다.
죽음에 비할 바는 못 되지만 산자들의 현실- 실직, 파산, 생필품, 특히 식료품의 고갈 호소 또한 심각하기 이를 데 없으며, 후유증으로 정신적 고갈현상은 이제 더 이상 감내하기 힘든 지경까지 온 것 같다.

그러나 이런 형국에 초 대기업의 소유주들은 일년 사이에 몇 백억, 몇 십억 달러의 부를 증가시켰다니 믿어지지가 않는다. 비록 쫓겨나는 신세이긴 하나 마지막까지 자신의 소임을 다하지 않고 휴가지에서 골프를 즐기고 있는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제 정신인지 모르겠다.
창의적이라기보다는 독점(산하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하청업자들, 중소기업, 영세업자들을 위협, 회유 등을 통해)으로 부를 부당하게 축적한 예들은 미국 역사상 많아 오죽했으면 셔먼(Sherman) 반독점법이 의회에서 제정 통과됐을까. 그렇기에 현 민주당의 초 진보 진영인사들 뿐만 아니라 양식 있는 지도자들이 조심스럽게 공룡기업들을 분해해 진정한 민주주의에 반하는 독점행태를 금지해야 한다고 하지 않는가.
자신이 속한 정당 대표자들을 포함한 의회 지도자들의 합의로 어렵사리 도출된 긴급 구호금안을 거부하며 생색용으로 개인 수령액을 증가시키라고 엉뚱한 소리를 뒤늦게(알면서도) 하는데 진정 그런 걸 원한다면 방법이 그리 문제가 되겠는가? 사악한 의도가 문제이지.


끝까지 일반 서민들의 고통은 안중에 없는 정말 몹쓸, 한참 잘못된 지도자를 가진 우리들이 마냥 애처롭다.
허나 용기를 잃지 말자. 앞으로 채 한 달이 못 되는 1월 20일이 되면 서민들의 눈물을 그 어느 누구보다 잘 아는 새 대통령이 이 나라를 이끌어 갈 테니까.
기적이야 바라지 못해도 차근차근 합리적으로 난국을 풀어나가리라 굳게 믿으며 모든 협력을 마다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나는 여기서 악성 베토벤의 절망 속 용기를 잃지 않고 시련을 극복한 모두가 아는 이야기를 다시 하고자 한다.
고향 독일의 본을 떠나 오스트리아의 빈에 정착한 그는 나이 26세에 귓병을 앓고 있음을 알았다. 스테판 대성당의 종소리가 안 들린다는 사실을 알고 난 후부터 명성에 반비례해 청력은 점점 악화되어갔다. 이때 이 악성은 그의 심정을 이렇게 표현했다. “우주가 허물어져 가는 느낌이다.”

그렇지만 지독한 절망 속에서도 “난 이렇게 죽을 순 없어!”라는 의지로 그 유명한 작품들을 썼다. 그 중 특히 교향곡 6번(연주시간 40분) 전원 교향곡 4악장은 요란한 천둥 번개 후 잔잔한 음악이 나오며 마지막 5악장의 조용하게 들려오는 선율로 마무리하여 후세의 우리들에게 용기를 불어 넣어줬다. 이 악성께 무한한 경의를 표한다.
이 음악을 듣고 있노라면 이 고난 속에서도 희망과 용기를 잃지 않고 극복하면 모두의 삶에 오직 감사함을 느끼게 될 날이 곧 오리라고 확신한다.

<문성길 / 의사 전 워싱턴서울대동창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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