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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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추모의 벽’이 갖는 의미

2020-12-30 (수) 폴라 박 / 워싱턴한인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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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지도자인 김정은 위원장이 미국 동부에 도달할 수 있는 미사일 시험을 포함해 대륙간탄도미사일 실험을 재개할 것인지에 대해 전 세계가 우려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한반도내 현 긴장 상황의 근원인 한국 전쟁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한국 전쟁은 엄청나게 잔인하고 피로 얼룩진 역사다. 한국은 약 137,899명의 전사자와 24,495명의 실종자를 보고하였고, 미군을 제외한 여타 유엔군의 전사자는 총 3,730명, 추가로 실종자는 379명으로 집계되었다.

한국의 민간인 사상자는 2백만-3백만 명 사이로 추정되어 민간이 사상자 비율이 제2차 세계대전이나 베트남 전쟁보다 높았다. 한반도 전체의 거의 모든 주요 도시가 전쟁의 결과로 파괴되었고, 한국은 경제적으로 이를 회복하는데 수십 년이 걸렸다.
나는 전쟁이 끝나고 태어난 ‘2세대’로 나의 부모님과 그들의 가족이 견뎌야 했던 전쟁의 공포를 마주하지는 않았지만, 한국에서 자라며 내가 누렸던 자유가 한국 전쟁 3년 동안 미군에서 복무한 580만 명의 미국인들의 희생 덕이라는 점을 알고 있다. 이들의 용맹한 노력이 없었다면 나는 오늘날 자랑스러운 한국계 미국인으로서의 자유와 기회를 누리지 못했을 것이다.

2016년 10월 7일, 미 의회는 현재 워싱턴DC 내셔널 몰에 위치한 한국전쟁 참전용사 기념관에 설립될 ‘추모의 벽’ 설립을 승인하는 ‘한국 전쟁 참전용사 기념공원 추모의 벽 법안’(공법 114-230호)을 제정하였다.
이 추모의 벽은 한국 전쟁 참전용사 기념공원에 위치한 작은 풀(pool)의 후방 180도를 둘러 쌀 것이며, 이 벽에는 한국 전쟁에서 숭고한 희생을 치른 36,000명 이상의 미군을 포함해 부상자, 실종자, 전쟁 포로의 수가 새겨질 것이다. 현재 승인 대기 중이지만, 이 벽에는 미군과 함께 복무하며 전사한 카투사(KATUSA) 군인들도 등재될 것이다. 그리고, 이 벽에는 전쟁 중 사망, 부상, 실종 또는 포로가 되었던 군인의 수를 나열해 한국군과 유엔군에 대한 예우를 갖출 것이다.


이 추모의 벽은 그들의 모든 희생을 기념하고, 참전한 사람들에게 예우를 갖추며, 우리에게 ‘자유는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Freedom is not free)’라는 말을 다시금 상기시켜줄 것이다. 추모의 벽을 위한 기금은 전적으로 개인, 재향 군인 단체, 현지 한인회, 시민단체, 그리고 미국과 한국내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받은 기부금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워싱턴한인회 회장으로서 한국전쟁참전용사기념재단과 한국전쟁참전용사협회를 비롯해 같은 뜻을 가진 단체들과 함께 추모의 벽을 위한 인식을 높이고, 기금을 모으는 것은 본인을 비롯한 우리 한인회 회원들에게 큰 영광이며 특권이다.

한국 전쟁은 때때로 ‘잊혀진 전쟁’으로 불렸지만, 이 추모의 벽은 자유를 위해 목숨을 바친 36,000명 이상의 미국인들이 결코 잊혀지지 않도록 할 것이다. 나는 새해에 들어서면서 모든 동료 미국인들, 특히 동료 한인들에게 이 가치 있는 프로젝트에 대한 소식을 전하고, 한국전쟁참전용사기념재단에 기부 고려를 권장하고 싶다.

<폴라 박 / 워싱턴한인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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