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 잔 하실래요
2020-12-28 (월)
고영희 / 포토맥 문학회, VA
아침이면 커피를 마시며 뉴스를 보는데 요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하여 경제적인 이유, 성격 차이로 이혼율의 증가가 눈에 띄게 늘어났다. 부부의 재택근무 때문에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내야 하기에 사소한 말다툼을 해결하지 못하고 불편한 관계가 되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란 두 사람이 만나 가정의 조화를 잘 이루기가 쉽지 않지만 조금씩 양보하고 배려한다면 최악의 경우는 피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오늘은 문득 신혼 초에 마시던 다 식어버린 커피가 생각났다. 평소에 말이 없다가 서운한 일이 쌓이면 내 마음을 알아주었으면 하는 마음에 남편에게 “오늘 커피 한 잔 하실래요?” 했다.
학창 시절에 동갑인 친구로 만났기에 평소엔 서로 반말을 하다가 감정의 변화가 생기면 극존칭을 하게 된다. 그동안 쌓인 바가지를 하나하나 조목조목 따지면 가정을 지키려는 강한 책임감 때문인지, 남편은 물끄러미 식어가는 커피만 바라볼 뿐이었다.
이제 생각하니 다른 방식으로 행동하고 말을 하는 배우자를 탓하지 않고 귀 기울여 주었기에 위기를 잘 극복한 것 같다.
후회가 몰려왔지만, 존재의 의미를 절감하며 어둠 속에서 빛이 되어 주리라 다짐한다. 특히 올 한해는 일 년 내내 불안감에 ‘노심초사’ 하며 식구들을 더 챙기며 서운함보다 고마움을 먼저 생각하게 되었다.
매일매일 부엌에서 음식을 만들며 힘들기도 했다. 얼굴을 마주 보고 음식을 나눠 먹으며 많은 대화를 할 수 있었다. 힘들었던 시간을 꿋꿋하게 보내며 지혜롭게 함께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는 가족이 곁에 있음에 감사한다.
매일 당연한 듯 해오던 일들이 얼마나 큰 선물이었는지 차 한 잔을 같이 마시며 서로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소소한 일상이 큰 행복이며 소중하다는 것을 더 깊이 깨달았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고 한 해가 가면 새로운 해가 오듯 내일은 여명의 빛이 어둠을 헤치고 새로운 세상을 비춰주기를 희망한다.“오늘 커피 한 잔 하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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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희 / 포토맥 문학회, V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