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코로나19와 경제적 트라우마

2020-12-16 (수) 남상욱 경제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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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우마.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이르는 말이다. 사람이 전쟁이나 고문, 자연 재해, 사고 등 심각한 사건이나 정신적 외상을 경험한 후 발생하는 심리적 반응을 우리는 트라우마라고 한다. 트라우마는 마음 깊은 곳의 생채기인 셈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경제적 활동들이 장기간 제약을 받으면서 캘리포니아 주민들에게 마음의 생채기가 생겼다. 더 좁혀 말하면 경제적 트라우마라고 할 수 있다. 자유와 번영, 풍요함과 다양함의 아이콘이었던 ‘골든 스테이트’ 캘리포니아의 미래에 회의를 품고 비관적인 의식이 가주민들 마음 속에 깊이 스며들어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지난 10일 가주 공공정책 연구소(Public Policy Institute of California)의 조사 결과를 보면 가주민 10명 가운데 6명은 자녀 세대들이 지금보다 더 열악한 경제적 상황에 놓일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부모 세대 보다 자녀들이 경제적으로 더 궁핍해진다고 여기는 것이다.


또한 가주민의 66%가 빈부 격차가 더욱 심화될 뿐 아니라 향후 5년 동안 심각한 실업이나 경기 침체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는 가주민들이 60%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코로나19 사태로 빈부 격차가 더 심화됐다고 생각하는 가주민이 69%에 달해 경제적 불평등으로 인한 가주민의 분열이 가속화되고 있다.

하루 먼저 발표된 UCLA 앤더슨 보고서는 백신의 상용화로 인해 내년부터 경제 반등이 일어나 2023년까지 경제 호황을 이룬다고 전망해 가주민의 어두운 미래관과 대조를 이뤘다.

경제학자들이 데이터와 합리성으로 바라보는 현실과 가주민들이 삶의 무게를 느끼며 사는 현실과 괴리가 있다. 아마도 그 괴리는 가주민들이 삶에서 습득한 학습 효과 때문일지도 모른다. 마음에 이런 저런 상처들이 남아 대대로 전수되는 상처 말이다.

이제 우리는 서로의 경제적 상처에 관심을 가져야 할 시점에 있다. 그 관심은 경제적 상처의 아픔을 공유하고 공감하는 마음에서 비롯된다.

그리고 나눔이 필요하다. 필요를 충족하고 남는 잉여의 나눔이 아니라 필요한 것을 함께 나누는 필요의 나눔이 경제적 트라우마로 인한 암울한 미래관을 가진 우리 이웃을 보듬는 일이 될 것이다. ‘골든 스테이트’로 복귀는 여기서부터 시작이다.

<남상욱 경제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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