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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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창] 새 출발을 응원하며

2020-12-11 (금) 양주옥 (피아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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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인해 외출을 삼가하던 우리 부부가 조심스럽게 새크라멘토를 다녀왔다. 레딩에 살던 아들이 새크라멘토에 있는 직장으로 옮기면서 새 집으로 이사를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모두가 힘들다는 요즘 생각지도 않았던 곳으로 직장을 옮기게 된 것도, 결정하고 옮기기까지 불과 한달 만에 모든 일이 이뤄진 것도 전적인 하나님 은혜였다. 또래에 비해 일찍 결혼해서 예쁜 딸과 세 식구가 사는 것도 대견한데 하나씩 꿈을 이뤄가는 모습을 보면 흐믓하기 이를 데 없다.

직장을 옮길 거라고는 생각도 못하고 아이들은 얼마 전 오래 타던 자동차를 바꾸었다. 처음 새 차를 타고 와서 얼른 타 보시라며 뿌듯해 하던 아들의 얼굴이 눈에 선한데 이번엔 새로 지은 집으로 이사를 하게 되었으니 어깨가 무겁기도 하겠지만 한편 얼마나 좋겠는가. 여기저기 둘러보니 단지도 새로 조성되는 중이었고 집들도 아직 지어지는 중이었다. 큰 공원도 앞에 있고 도시도 깨끗했다. 비행기 조종사라 공항이 가까워 출퇴근도 빠르다며 아들은 만족스러워 한다. 아직은 아무것도 채워지지 않은 빈 집이지만 내 눈엔 세 식구의 단란하고 행복한 모습이 집안 가득 그려졌다.

먼 길 오셨는데 맛있는 점심도 마음껏 대접해 드리지 못해 죄송하다며 곁에서 같이 살자는 며느리의 말은 내 가슴을 사랑으로 가득 채우고도 남았다. 어느 글에선가 읽은 기억이 난다. 시어머니가 오시면 며느리는 “어머니, 언제 가세요?”를 마음으로 묻는다고. 그런데 우리 며느리는 가족이 함께 있으면 좋겠다며 눈에 눈물이 맺힌다. 그런 걸 보면 내가 복이 많다. 요즘 보기 드문 며느리를 얻었으니 말이다. 간단한 점심을 먹고 다시 만나길 기약하며 떠나는 며느리의 차를 보자니 괜히 눈물이 서린다. 부모가 능력이 있어 도와주면 좋으련만 아무것도 해 준 것 없이 응원만 하는데 저렇게 바쁘게 동동거리며 하나씩 이뤄가는 아이들이 기특하고 고마워서 또 가슴이 아리다.

벌써 결혼한 지 사 년, 이들은 새로운 도약을 위해 또 모험을 한다. 모든 것이 새로운 곳으로 한 발 내딛는다. 좀 힘들고 어려워도 잘 해낼 줄 믿는다. 두 부부가 서로 의지하고 기도하며 나가는 길엔 수많은 도움과 사랑의 손길도 함께 할 줄 믿는다. 어렵고 힘든 이야기만 가득한 요즘이지만, 돌아오는 길은 따뜻한 햇살을 가슴에 담으며 아이들의 새 출발을 응원하는 맘으로 설레는 하루였다.

<양주옥 (피아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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