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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터 많이 낀다고 좋은 것 아냐

2020-12-10 (목) 이홍래 / 유리 에어덕트 클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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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방문했던 손님 집 이야기다. 하나의 에어컨 시스템으로 집 전체를 커버하고 각 층 마다 바람을 빨아들이는 리턴 벤트가 모두 합해 3개 있었는데 3곳 모두 커버 안에 각각 필터가 있었다.
메인 어디엔가 필터가 더 있을 줄 알고 찾아 봤지만 덕트와 기계가 만나는 메인 덕트에는 필터가 없었고 우리가 상상하기 어려운 곳, 더운 바람을 내보내는 개스 버너 위에 필터가 있었다.
그러니까 버너와 에어컨 코일 사이에 필터가 있었는데 필터가 모두 타고 녹았는지 종이는 없고 철사만 남은 상태로 끼워져 있었다. 아주 위험한 일이다.

필터 바로 밑에서 개스가 불을 붙여주는데 그 바로 위에 종이로 된 필터를 놓는 건 얼마나 위험한지를 알고는 할 수 없는 일이다.
각 리턴 벤트마다 필터를 끼우고 정작 꼭 있어야 할 기계와 메인 덕트가 만나는 곳에는 필터가 없고, 필터가 있어야 할 곳도 아니고 있어서도 안 되는 개스 버너 위에는 왜 필터가 있는지, 필터가 무슨 역할을 하는지 생각하지 않은 결과다.
우리는 필터가 왜 필요한지에 대한 생각을 먼저 해야 할 것 같다. 처음에 집을 설계 할 때 그 집에 필요한 공기만큼 빨아들이고 보낼 수 있게 기계의 크기나 힘의 양이 정해지는데 유닛이 하나인 경우 메인 덕트와 기계가 만나는 한곳에서만 필터링을 하는 조건으로 계산이 된다.
그 이유는 메인 덕트를 통해서 리턴되는 공기 흡입에 방해가 되지 않고 먼지만 기계로 들어가지 않게 위해서다. 그런데 중간에 여기 저기 필터가 있는 건 충분히 빨아 들여야 할 공기를 차단하는 일이 된다.

사람으로 비교할 때 우리가 숨을 충분히 들이마셔야 숨을 내보낼 수 있듯이 충분히 들이마셔야 할 숨을 여기저기서 마스크로 공기를 막고 있어서 내보내는 숨 또한 답답하고 가슴이 답답해지는 것과 같다고 보면 된다.
기계 안에서 모터는 100이라는 바람을 빨아 들여야 하는데 여기저기 원래 계산에 없던 곳에서 공기를 막고 70밖에 못 빨아들이면 모터에 무리를 주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리턴 벤트마다 필터를 넣었던 손님들 가운데 기계 안에 모터가 고장이 나서 교체했다는 얘기를 종종 듣는다. 물론 위에 예를 들었던 손님도 얼마 전에 모터를 교체했다고 한다.


기계 안에서 공기를 빨아들이는 중에 기계에 걸리면 안 될 먼지를 걸러내는 것이 필터의 목적이지 덕트 안에 많은 먼지를 필터가 집안으로 못 들어오게 막지는 못 한다.
많은 분들이 필터가 덕트와 히터 사이에서 공기를 깨끗하게 하는 역할을 해 줄 것으로 생각하고 필터만 좋은 것으로 많은 곳에 넣어 놓으면 되는 줄로 믿고 기계로 들어가는 모든 통로를 필터로 막지만 결국 기계가 빨리 고장나게 재촉하는 일이다.
그러나 예외는 있다. 만약 집 안에 유닛이 두개가 있어서 히터 하나는 이층에 있는 천장 위에 있을 경우는 보통 방 천장에 있는 리턴 벤트에서 직접 필터를 교체하기도 하는데 이런 경우는 필터를 교체할 때마다 천장 위로 올라가는 일이 번거롭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두 군데서만 필터를 교체하고 천장 위에 있는 메인 덕트에는 필터가 없는 경우다.

하지만 이런 경우 두 군데서 필터를 갈지만 메인에 하나 있는 것보다 필터를 더 자주 교체해 줘야 한다. 필터에 먼지가 끼면 바람이 들어가는 양을 막기 때문에 더러워지기 전에 다른 것보다 더 자주 교체해 줘야 한다.
에어컨을 고치는 일을 하는 미국 사람 집에 덕트 청소를 갔었는데 그분은 종이로 된 필터도 안 쓰고 꼭 필요한 곳에 바람이 잘 통하게 만들어진 아주 싼 필터를 자주 교체해 준다고 한다. 바람을 막는 것보다 더 많은 바람을 보내 줘야하기 때문이다.
여기저기 여러 개의 필터를 넣게 되면 먼지는 덕트 안으로 안 들어갈지는 몰라도 기계는 자주 고쳐야하고 나오는 바람 또한 약할 수밖에 없다는 걸 알아야 한다.
문의 (240) 372-0995

<이홍래 / 유리 에어덕트 클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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