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란 말이 나오면 가슴이 뭉클해진다. 제일 먼저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다. 그리고 남북으로 갈린 지 70여년이 지났으니 북에 두고 온 이북 실향민들의 향수가 떠오른다.
한국의 이종 사촌동생과 카톡으로 교신할 기회가 있었다. 이북 실향민들과는 정반대 경우다. 이보다 더 억울하고 비참한 이야기들이 있을 수 있겠으나, 우리 집안 얘기를 한다면 이러하다. 한참 잘나가던 둘째 이모부 댁이 6.25사변으로 인한 풍비박산 난 가슴 아픈 사연이다.
이모부님이 하시던 사업은 망하고, 연로하신 집안 어른(할머님)이 돌아가심은 물론 창신동의 본가도 폭격으로 전파되었다. 또 그 댁 장손인 맏 이종사촌 형님의 납북의 비극도 있었다.
당시 고려대 재학 중, 아이스하키 선수로도 명성 높았었는데, 그 댁의 가풍으로 보아 그렇게 녹녹하게 북에 동화될 수는 없었으리라 백번 짐작이 간다. 그렇기에 아오지 탄광 광부로 40여년 강제 노역 당하고 생긴 병은 진폐증(塵肺症)이다.
그곳에서 분하게 생을 마감하셨다는 이종 사촌 동생의 전언을 듣고, 필자도 너무 분해 부들부들 사지가 떨렸다. 이념이 무엇이기에, 정치가 무엇이기에!
한국에선 그랬다 치부하더라도, 현재 우리들이 살고 있는 민주주의 본보기 나라라는 미국의 현실, 대선전의 양상을 보면 기가 찰 노릇이다. 수많은 차량들이 그들의 지지자 이름을 쓴 깃발을 상대방 후보 유세차량에 꽂고 총기를 소지하고 에워싸며 위협함에도, 대통령이란 사람 왈, “그들(자기 지지자들)이 무슨 잘못이 있느냐, 그들은 애국자들!”이라 하는 데는 완전히 이성을 잃은 광신자의 말로를 보는 느낌이라 한마디로 서글프다.
미국의 정신(America Soul)을 되찾기가 선거운동 구호의 근간인 민주당이 압도적 표로 승리해야만 군소리가 없을 것 같다. 또 그렇게 되리라 믿는다. 왜? 1980년 대선 때 인기가 형편없던 당시 민주당 출신 카터 대통령을 외면한 수많은 민주당 사람들이 인기 높던 레이건(Reagan)을 지지(소위 Reagan Democrats)했었던 사실이다.
이번에도 이와 비슷한 현상(Biden Republican)이 벌어지고 있는 게 사실 아닌가? 기대도 안했지만, 자신도, 가족도 코로나 바이러스로부터 막아내지 못한 만용과 무지인 지도자에게 어찌 미국민의 안전을 맡길 수 있겠는가?
도대체 믿을 수 없는 ‘막가파’를 하루빨리(내일이면 가능) 권좌에서 밀어 내야할 의무가 미국민에게 절실히 요구되는 의무이며 권리임을 명심해야겠다. 하긴 현 미시간 주지사를 납치, 살해하려는 조직들에게 하등의 비난은커녕 옹호하는 것을 보면 보통인, 소수인종, 약자들의 투표권 행사의 위협적 방해시도는 여기저기 수 없이 많아 일일이 열거하기조차 힘들다.
미국 돌아가는 모습을 보니 반세기 조금 모자라는 세월을 미국에서 살았지만 고국에 대한 향수가 더욱 느껴지는 요즈음인 걸 새삼 깨닫는다. 초겨울과 겹쳐 더욱 그런 건 아닌지 모르겠다.
고국에 대한 향수는 물론이지만 트럼프 집권 후 은퇴해 워싱턴을 떠나 남가주에 정착한 지 4년이다. 제2의 고향인 워싱턴이, 그리고 그곳 친구, 지인들이 그리운 건 말할 것 없다. 하다못해 내가 즐기던 그 유명한 메릴랜드 체사픽 만의 특산물인 블루 크랩을 공수해 지난주 앞당겨 나의 희수(喜壽, 77)를 기념해 집안 식구들이 포식을 했다.
지금은 고인이 되었지만 내 친구 한명은 생전 늘 말하길, “나는 블루 크랩을 너무 좋아해 볼티모어를 결코 떠날 수 없다”고 했는데 그가 블루 크랩을 놔두고 어떻게 저 세상으로 떠났는지 모르겠다.
향수란 고향이라는 지명뿐만 아니라 확대하면 기호 음식도 포함되는 것 같고, 사람에 대한 그리움은 무슨 향수라 부를 것인가 얼핏 생각이 나지 않는다. 이참에 이동원, 박인수 선생의 ‘향수’ 노래를 들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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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길 의사 / 전 워싱턴서울대동창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