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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바다] 지구별 귀환

2020-12-07 (월) 김소형 (SF한문협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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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한 예술가의 작품이 뉴욕 맨하탄가 한 건물 외벽을 장식하며 코로나 위기에 처한 뉴욕시민과 전세계 사람들에게 위로와 의료진들에 대한 감사를 전했다. 공공예술이 개인적인 차원을 넘어 사회 전체에 메세지를 전하고 다수의 마음을 대변하고 있었다. 반쪽은 희고 반쪽은 푸른 마스크를 쓴 간호사의 얼굴을 정면으로 그린 이 작품은 미국의 유명한 거리 예술가 중 하나인 트리스탄 이튼(Tristan Eaton)의 작품인 ‘Now & Forever’이다. 시각적인 팝 이미지의 콜라주로 스프레이 페인트로 작업한 거대한 스케일의 벽화인 이 작품은 뉴욕이 한참 코로나와의 전쟁으로 힘들때 간호사와 의료진을 위한 “Heroes” 캠페인으로 진행되었다. 그리고 2020년 12월, 아직도 ‘Heroes’는 그곳에 있다. 그리고 더 많은 히어로들이 각자의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누군가의 안전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 위기에 몰린 생업을 유지하며 가족과의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그리고 보다 나은 세상을 위해.

같은 달인 지난 5월 말, 트리스탄 이튼의 또 다른 회화 작품인 ‘Human Kind’가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미국 우주 탐사업체인 ‘스페이스 X’의 첫 민간 우주선 ‘크루 드래곤’에 실려 우주 여행을 떠났다. 그림 제작을 의뢰 받은 트리스탄은 “우주에서 지구와 같은 작은 행성의 모든 인류를 내려다보는 것은 우리가 지닌 역사와 잠재력을 상기시킬 것”이라고 말하며 우주비행사들과 함께 할 작품을 제작했다고 한다. 만일 이 첫 민간 우주선이 성공적으로 귀환하지 못한다면 그 그림은 우주 비행사들이 마지막으로 보는 작품이 될 것이며 그 작품도 우주의 먼지로 함께 사라질 운명이었다. 그러나 지난 8월 ‘크루 드래곤’은 62일 동안 ISS에 머물며 우주유영, 과학실험 등의 임무를 완수하고 무사 귀환했다.

2020년 가을, 또 하나의 소식이 들려왔다 플로리다주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스페이스 X의 유인 우주선 ‘리질리언스’(Resilience)가 네명의 우주인을 태우고 성공적으로 발사되었다는 소식이다. ‘크루-1’로 명명된 이번 우주선의 임무는 인류가 우주로 민간여행을 열기 위한 시험 비행으로 향후 지속적인 유인 우주여행 모델을 만들기 위한 첫 비행이다. 우주선 이름으로 명명된 리질리언스는 ‘회복력’ 혹은 ‘회복탄력성'이라는 의미로 ‘뛰어서 되돌아가다’라는 뜻의 라틴어 ‘리실리오(resilio)’에서 기원한 영어단어이다. 경영이나 경제학 관점에서는 위기 전과 같은 복원을 의미하기보다는 위기에 대응하면서 전보다 강한 경쟁력을 갖추는 것을 뜻한다고 한다. 코로나로 인해 2020을 송두리째 저당 잡힌듯한 올 해 마지막으로 쏘아올린 우주선 ‘리질리언스’는 단순히 코로나 전 상황으로 되돌리는 탄성력만이 아닌 모든 상황들을 좀 더 잘 극복할 수 있는 미래에 대한 희망의 메시지로 다가온다.


미국이 유인 우주선을 쏘아올리며 우주여행에 대한 성공적인 소식을 전해온 지난 가을, 한국의 한 호텔에서는 ‘코리아 스페이스 포럼 2020’이 개최되었다. 기조연설을 맡은 짐 그린 미국항공우주국(NASA) 수석과학자는 한국이 미국의 달탐사 프로젝트인 ‘아르테미스’ 계획에 참여할 방법에 대해 묻는 질문에 긍정적으로 답하며 한국과 함께 달을 관측하고 데이터를 교류할 예정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고 한다. 짐 그린이 언급한 유인 달 탐사 임무 ‘아르테미스’ 계획은 한국계로는 최초로 조니 김(Jonny Kim)이 1600:1의 경쟁률을 뚫고 최종 13인을 선정하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 우주비행사로 뽑혀 참여하는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그는 특수부대인 미 해군 네이비실 요원으로 이라크 등지에서 100여 차례 전투에 참여했고 전장에서 죽어가던 동료를 부축하는 것 이외엔 아무것도 할수 없었던 자신의 모습에 이후 의대에 진학해 의사가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후 의사로서 생명을 구하는 것을 넘어 인류에게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한 기여를 하고자 우주비행사가 되었다. 그는 네이비실에서 고통과 두려움을 이겨내고 최악의 위기를 극복하는 회복력(resilience) 등 하드 스킬을 배웠고, 의사로서는 환자와 소통하고 연민을 가지는 소프트 스킬을 키웠다고 말하며 그 모든 것들은 우주 탐사에 나서는 데 필요한 능력이었다고 한다.

그도 리질리언스를 말한다. 현실이 힘들고 어려울때 두려움에 떨고 움추려 들거나 누군가를 탓하며 절망속에 있다면 회복은 더디거나 어려울 것이다. 지구 안에서 겪고 있는 여러 고통스런 현실 속에서도 각자의 위치에서 매순간 해야 할 일들을 하며 묵묵히 해가며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 그들은 모두 히어로들이다. 우주인이 성공적인 귀환을 하기 위해서는 우주선 안에서 화씨 3500도(섭씨 1900도)에 이르는 고열을 견뎌내고 대기권 재진입 과정이 있어야 하듯, 우리도 성공적인 귀환을 위해 지금의 시간들 속에서 리질리언스를 찾아 가는 날들이 함께 하길 바란다. 2020을 넘어 2021 새해의 지구별로 무사 귀환할 히어로인 당신을 응원하며..

<김소형 (SF한문협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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