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창] 골동품녀(1)
2020-11-30 (월)
노신영 (가정사역 박사)
그녀를 처음 만난 것은 2003년 7월 텍사스 달라스 공항에서였다. 뉴욕으로 가는 비행기를 기다리는 공항에서 그녀는 우리와 합류했다. 아프리카로 선교여행을 가는 중이었다. 그녀는 처음 보는 우리들에게 가볍게 인사를 하고는 어색해 하거나 수줍어 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말을 건네거나 하지도 않은 채 그저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우리 곁에 있었다. 그렇게 만난 그녀가 나는 처음부터 흥미로웠다. 전혀 남을 의식하지 않는 듯한 태도나 새로운 곳에 놓여져도 서슴지 않고 자신의 일과 자리를 찾아내 열심히 하는 모습이 은근히 부러웠다. 나는 그해 3주간의 아프리카 사역을 마치고 와서도 텍사스에 있는 그녀에게 먼저 전화를 하며 다가갔다. 그리고 그후로 13년간을 매년 그녀와 아프리카에서 만나며 가까워졌다.
자기 이야기를 별로 하지 않는 그녀가 조금씩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그녀는 고아원에서 5살 때부터 자랐단다. 부모가 멀쩡히 다 살아 있는데, 아버지란 분이 부부간의 문제로 헤어지면서 그녀를 두살 위인 오빠와 함께 고아원에 맡겼단다. 그런데 그 보육원은 기독교 재단에서 후원을 하는 곳이어서 하루에 한 번 성경구절을 외우지 않으면 밥을 주지 않았다고 한다. 그녀는 공부하고 외우는 것을 아주 싫어했지만 밥을 먹기 위해서 한 주에 한 구절씩 성경구절을 외웠다고 했다. 그래도 늘 모자랐고 늘 배가 고팠단다. 한 시간 거리에 있는 학교에서 보육원으로 오는 시골길에 있던 과일나무들은 그녀의 밥이었다. 나무타기를 남자아이들보다 더 잘했다. 배가 고프지 않으려 나무에 올라 따먹고 주머니에도 가득 넣고 와서 나누어 주기도 하고 내일 끼니도 비축했다. 그렇게 나무를 타며 먹을 것을 찾다가 보육원에 돌아오면 어떤 날은 밥도 없고 온기가 있는 아랫목은커녕 차가운 윗목도 다 다른 아이들 차지가 돼서 그냥 간신히 끼여 눕는 날이 많았단다.
그런데 그녀는 그런 날이 좋았단다. 쪼그리고 웅크려 누운 그런 날이면 누군가가 와서 자기를 꼭 안아주곤 했단다. 어린 그녀는 그가 그냥 따뜻하고 춥지 않아서 좋았는데, “그게 예수님이었어”라고 내게 말했다. 그녀가 그렇게 당당하고, 겁이 없고, 사람을 전혀 신경쓰는 않는 이유를 나는 그때 알았다.
<노신영 (가정사역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