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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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창] 앞이 캄캄할 때 감사

2020-11-25 (수) 송현아 (산호세주립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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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꽃 흩날리던 작년 어느 아침, 만삭이었던 배에 통증이 시작되었고 이내 보고 싶던 딸 아이를 품에 안게 되었다. 그런데 아기를 살펴보던 의료진이 아기의 호흡이 조금 힘들어 보이니 간단한 검사를 해보고 오겠다고 했다. 그렇게 내 곁을 떠난 아기를 다시 만난 곳은 신생아 중환자실이었다. 아직 눈도 잘 뜨지 못하는 아기에게 온갖 의료장비와 바늘을 꽂아 놓은 상상도 하지 못했던 모습에 순간 세상이 정지한 것 같았다. 의료진들은 문제를 파악하기 위해 분주히 오가며 검사를 하고 있었지만 엄마인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하나님 제발 살려주세요” 이 말만 수십번 수백번을 되뇌인 것 같다. 그 와중에 첫째아이가 울고불고 난리라는 연락에 남편은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어두운 회복실에 홀로 돌아오니 그제야 조금 정신이 들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교회에 기도 부탁을 하는 것이었다. 너무도 힘들던 그 순간 순간마다 누군가 우리를 위해 기도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였고,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음에도 큰 위로와 평안이 찾아오는 것을 경험하였다. 다음날이 되어 아기의 횡경막에 구멍이 생겨 소장이 폐를 누르고 있는 상황이라는 진단을 받았고, 이런 경우 사망률도 높고 살더라도 장애가 따르는 등 예후가 좋지 않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눈앞이 캄캄한 그 상황에서 우리 부부는 손을 맞잡고 엎드렸다. 그때부터 놀랍게도 우리 입에서 감사의 제목들이 나눠지기 시작했다. 임신 중 이 문제를 전혀 몰라 마음 편히 그 시간을 보냈던 것도 감사하고, 첨단 의료 시스템과 의료진이 있는 산호세에서 치료를 받는 것도 감사하고, 아이 곁에 언제든 함께 있을 수 있음도 감사하고, 의료보험이 있어 이 와중에 병원비 걱정하지 않음이 감사하고, 이렇게 같이 위로하며 기도할 수 있는 이들이 있음이 감사했다.

다음날 의사를 만났는데 다행히 임신 중 비장이 횡경막의 구멍을 막아주어 아이의 폐가 정상적으로 잘 자랐고, 큰 절개 없이 복강경 수술이 가능하다고 했다. 그렇게 생후 삼일째, 4시간 가량의 수술을 받았지만 회복이 예상보다 빨라 수일 내 건강하게 집으로 올 수 있었다. 지금도 순간 순간 아이가 잘 자라고 있는지 조바심을 내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아이를 통해 나의 소망이며 피난처 되신 하나님을 더 깊게 만나고, 기도의 능력을 다시 한 번 경험한 감사한 시간이었다.

<송현아 (산호세주립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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