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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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창] 가족

2020-11-24 (화) 김정원 (구세군 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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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대중에게 꽤 알려진 일본 출신 방송인이 최근 일본에서 아들을 출산한 것이 이슈가 되고 있나 봅니다. 그도 그럴 것이 해외 정자 은행을 통해 정자를 기증받아 출산을 하고 나서 우리 대중에게는 “한국에서는 모든 게 불법이었기 때문”이라며 다양한 가족 형태를 인정하지 않는 한국의 문화와 법의 테두리를 에둘러서 비난하는 외국인의 표현이 누군가에게는 황당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세대간의 생각이 급격히 변하는 이 시대에서 살고 있는 또 누군가에게는 이 황당한 뉴스가 우리에게 과연 가족이 무엇인가 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던져 줬을 것입니다. 또 같은 입장의 처한 어떤 이에게는 큰 도전으로 다가왔을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무엇이 대중의 심리를 자극했을까 라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비혼모”라는 정상적이지 않는 가정의 형태를 택한 한 일본인 여성이 던진 화두가 대중에게 큰 진동으로 와닿는 것은 이유가 있으리라 생각이 됩니다. 제 주변에도 이런저런 이유로 결혼 적령기가 늦어지면서 마흔이 넘은 친척이나 친구들이 꽤 있습니다. 너무나 괜찮은 사람들인데, 참 안타까운 것이 다들 자신들에게 맞는 짝을 못 찾아서 혼자 남은 것이지 일부러 싱글이 되고 싶어 남은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을 나왔고 또 사회에 열심히 적응하며 여태 살아 왔는데 노력해도 안되는 것이 있더라는 것입니다.

‘결혼’, 평생을 함께할 배우자를 찾고 만나는 것이 나의 세대에 이렇게 큰 과제로 다가올 줄은 우리가 20대 때 꿈도 꾸지 못했던 일입니다. 또 다른 친구들은 결혼은 했어도 늦게 한 탓에 아이를 갖는 것이 뜻대로 되지 않아 의료의 도움을 받는 친구들도 있습니다. 삶은 참 아이러니한 것 같습니다. 지금 결혼과 임신으로 고민하고 고생하는 이 세대는 그 어떤 시대보다 많은 교육을 받고 혜택을 누렸으며 보건 시설과 생활문화적으로 월등히 높은 시대에 살고 있는데 인간의 본능의 기초로 세워진 ‘가족’을 이루는 것에 실패하거나 좌절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 ‘비혼’을 선언하며 의지적으로 혼자만의 삶을 택하는 이들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가정을 이루고 자녀를 생산하는 인간의 본능을 파괴할 만큼 우리의 삶을 힘들게 하는 것이 과연 무엇이었을까 생각을 해봅니다.

<김정원 (구세군 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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