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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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국 선열의 날에 부쳐

2020-11-19 (목) 이영묵 문인/ 맥클린,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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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한국 TV에서 추석 프로그램인 대중가수 나훈아 쇼를 보았다. 그런데 그 대중가수가 한마디 던진 말이 꽤나 한국 사회에 파장을 일으킨 모양이었다. 내용인즉 이러했다. “여지껏 나는 왕이나 대통령이 나라를 위하여 죽었다는 것을 들은 적이 없다. 사실 여러분 같은 우리 일반 백성들이 나라를 위하여 목숨을 바쳤다.”

가슴을 찡하게 하는 말이었지만 좀 아쉬움이 있다면 몇 애국지사의 이름을 호명할 때에 안중근 열사라고 부르는 등 열사와 의사를 좀 혼동한 것 같았다.
사실 구국의 애국지사에는 안중근 의사, 윤봉길 의사 같이 폭력을 수반하고 목숨을 건 의사가 있는가 하면 이준 열사, 유관순 열사처럼 비폭력 저항을 한 분들이 있다.
의사나 열사나 다 나라 사랑함이 다를 바 없지만 나는 비폭력의 열사들을 좀 더 조명하고 싶다.

그 보다도 한번 생각해보자는 것이 있다. 지금 미국 사회에서 일고 있는 흑인인권을 위한 항의 시위가 급속도로 사그라지고 있다. 왜 그럴까? 아마도 상가를 불 지르고 약탈을 벌인 소수의 시위자들의 일탈 때문이 아닐까 생각 된다.
반면에 3.1 운동은 인도의 독립운동을 주도한 간디의 무저항 독립운동에 영향을 미칠 만큼 전 세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다시 강조하고 싶은 것은 3.1 만세 운동 당시 단 한번도 일본인들의 상가나 건물에 불을 지르거나 일본인들의 안위을 위협한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과 그 비폭력 운동이 얼마나 전 세계 사람들에게 호소력이 있었느냐 하는 것이다.

지금 우리는 순국열사를 기리며 고개 숙여 그 분들의 숭고한 애국정신과 회생을 돌아보고 있다. 그 분들은 잠시 그저 한때가 아니라 일제 36년간 이름 없는 곳에서 아무도 모르는 시간에 이름을 남김도 없이 비폭력 독립을 위하여 순국한 분들이다. 그리고 그 분들은 지하에서 지금 본인들이 이루어낸 그 독립운동의 진가를 알고 고개를 숙이고 있는 우리들을 보고 미소 짓고 있으리라 믿는다.
순국열사들의 명복을 다시 빈다.

<이영묵 문인/ 맥클린,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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