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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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흐름

2020-11-19 (목) 김자원/뉴욕불교방송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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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서 깨어나듯 문득 살아온 시간 구체적으로 훑어본다. 마음의 여유인지 모른다. 적든 많든 지금의 물질적 축적은 그동안 누리지 못한 희생이 담보였다면 잘 살아온것 일까? 누리려던 것 비켜갈 때는 그 만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현재 이뤄짐 보여주는 것이 삶의 전부가 아님을 알아차린다. 그렇다면 삶에서 그 전부는 무엇인가. 삶의 전부에 대한 성찰 무던하고 깊게 시간을 두고 하다보면 삶 전부의 정체 선명하게 찾을 수 있을까?

머뭇거리다 지나쳐버린 삶을 산다면 그 머뭇거림의 실체를 한 번쯤 곱씹어봐야겠다. 뭔가 누구에겐가 진정한 의미의 도움 되는 사람이 되고 싶었던, 그렇지만 마음이나 생각으로 끝나고 지나치고 있음을 어느 시점에서 발견했다.


인생살이 단순하지만 한 발 나를 떠난 계획이나 상황에서는 복잡하게 얽혀진다. 머뭇거림은 스스로 백 프로 확신이 없음이다. 반면 나만의 생각을 내세우기보다 배려의 비중이 더 앞서기 때문이기도 하다.

조심스런 삶의 행보가 늘 머뭇거림의 정체임을 알다. 미래의 꿈, 새로운 계획. 특정인의 전용물은 아니다. 남녀노소 누구나 가능하다. 나이가 문제되지 않는다. 되어서도 안된다. 그저 현재에 머물러 생각이나 활동이 흐르지 않는 이들만은 제외된다

명문대학졸업 후 대학교수가 된 혜민스님. 수행스님 신분으로 세상 교육을 받았다. 학생들에 인기 있었던 교수직을 그만둔 것은 자신이 학생 교육시키는 것보다 세상살이에 아파 하고 절망하는 이들의 마음상처를 치유함이 더 보람있어서였다.

그에게 스님으로서 구체적 활동범위는 틀에 매이거나 정해져 있지 않았다. 베스트셀러 작가로 각종 매스컴의 각광을 받았다. 최근에 방영된 스님의 개인생활, 인간관계에서 연출 되어진 어느 부분이 그의 전부라 할 수 없다. 방송 프로그램의 특성, 연출자의 목적은 시청율을 높히는 것이다.

그 영상을 보고 난 후, 무소유로 자신의 내면을 성찰하는 고귀한 스님이라는 고정관념의 틀을 벗어났다 하여 여러 의견이 난무한 가운데 ‘실망했다’라는 이가 다수다. 그 중 한국불교에 귀의해 수행생활 하던 중<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 책을 낸 폴 현각스님. 현재 독일에서 ‘한국불교의 선사상’을 가르치고 있는 그가 강도높은 평을 했다. 그의 비난은 당당하고 힘이 있다.

눈에 보여지는 것만 보는 세상 사람들처럼 칼로 난도질하는 비난이 아닌, 천둥같은 죽비의 내리침으로 하늘로 치솟는 세속의 비난 잠재우는 살림의 소리가 아닐까? 인간의 기본 구성 요소인 생존감, 자존감의 참뜻을 깨달아 내면의 겸손과 자성의 소리 감지해 죽비의 길 안내 받기를.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한 신념. 강한 멘탈이 동시에 발휘되었으면 한다. 삶이 복잡한 것 같지만 단순하다. 변화하고 반응하는 마음 낱낱히 점검하는 일이 수행자의 기본이다. 칭찬이나 비난의 언어에 빠지지 않아야 한다.

가을 산사. 낙엽이 수북하게 드러누운 오솔길은 낙엽 밟히는 발자국 소리만으로 이미 힐링이 된다. 참 자아실현의 기회를 주는 가르침 소중하고 거룩하다. 지, 수, 화, 풍(땅[地], 물[水], 불[火], 바람[風] )으로 인연 된 사대육신의 낳고 자라고 늙어 죽음에 이르는 자연의 주기는 누구도 거부 할 수 없다. 사대육신에 깃든 ‘불생불멸’의 영혼. 참나의 본성을 깨달은 진아! 그리하여 우주와 내가 한 몸임을 바로 아는 길임을 안내하시는 선지자.

스님! 비록 세상살이 서툴고 완벽하지 않아도 충분히 존경받으실만한 분들이다. 삶의 흐름이 시간의 흐름이 날마다의 일상이 순간순간의 느낌이 그냥 흐르고 있음을 깊은 가을날에 더욱 깊어진 마음으로 느낀다.

<김자원/뉴욕불교방송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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