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여성의창] 죽음에 대하여…

2020-11-18 (수) 송현아 (산호세주립대 강사)
크게 작게
설거지를 하고 있던 내 팔뚝에 작은 날파리 한마리가 앉았다. 생각할 겨를도 없이 놓칠세라 옆에 있던 수건으로 내리쳤다. 명중! 그렇게 작디 작은 날파리는 너무나도 허망하게 죽음을 맞이하였다. 과일을 몇 일 놓아두면 어김없이 생기는 날파리들. 이 녀석들의 죽음을 본 것이 어제 오늘 일도 아닌데 오늘은 설거지를 하다 말고 잠시 슬픔에 잠겼다. 내가 죽여놓고 내가 그 죽음을 애도하는 것이 너무나도 아이러니 했지만 이상하게도 오늘 저녁은 그냥 그랬다. 이렇게 느닷없이 죽음을 맞이한 이 작은 생명체도 부모와 형제가 있을 것이고, 탄생의 순간이 있었을 것인데. 그 생각을 하니 미안한 마음과 슬픈 마음이 뒤섞여 눈물이 날 지경이다. 나의 이 갑작스런 감정은 아마도 최근에 접하게 된 이들의 사망 소식들과 무관하지 않을 것 같다.

이유없이 참 좋았던 한 희극인과 그녀의 어머니의 사망 소식은 여느 연예인의 사망 소식보다 더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녀가 한 개그 프로그램에서 연기했던 너무도 친숙했던 어머니의 역할을 좋아했기 때문이었을까. 있는 모습 그대로를 꾸밈없이 보여준다 여겨졌던 그녀의 편안함 때문이었을까. 죽음을 애도함에 무슨 이유가 필요하겠냐만,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옛 친구를 떠나보낸 느낌에 한동안 가슴 한켠이 저려왔다. 이에 더해 내가 가르쳤던 한 학생의 부고 소식이 전해졌다. 대학원 합격 소식과 함께 팬데믹이 끝나면 학교 교정에서 꼭 만나자며 안부 연락을 해 온 것이 불과 얼마 전인데, 그녀의 갑작스런 사망 소식은 너무도 충격적이었다.

죽음 만큼은 참으로 평등하게 단 한 사람의 예외도 없이 꼭 한 번은 찾아온다. 하지만 이런 갑작스런 사망 소식은 언제나 힘들다. 부디 유가족들과 가까운 지인들 가운데 세상이 줄 수 없는 하나님의 위로와 평안이 있길 두 손 모아 간절히 기도한다. 그리고 나와 내 가족에게도 언젠가는 찾아올 그 순간을 어떻게 준비할 수 있을지, 웰빙(well-being)뿐 아니라 웰 다잉(well-dying)에 대해서도 좀 더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예를 들어, 대단한 유언장은 아니더라도 남은 가족들의 법적, 행정적 부담을 덜어 줄 수 있도록 의료 및 경제적 부분, 자녀들의 후견인과 같은 나의 결정들을 미리 정리해두는 것이 사랑하는 이들을 위한 작은 배려가 아닐까 싶다.

<송현아 (산호세주립대 강사)>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