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3일 대선은 민주당 조 바이든의 승리로 끝났지만 승부는 예상보다 치열한 접전이었다. 패자 트럼프도 거의 절반에 가까운 표를 얻으며 막상막하의 승부를 벌였다. 여론조사 기관들의 예측보다 많은 ‘샤이 트럼프’가 있었으며 플로리다에서는 라티노들의 트럼프 지지율이 4년 전 보다 올랐다. 트럼프는 예상 밖 선전을 벌였지만 승부를 뒤집는 데는 실패했다. 트럼프의 재집권을 막는데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젊은 유권자들이었다.
힐러리 클린턴이 민주당 후보로 나왔던 지난 대선에서 젊은 유권자들은 투표장에 나가지 않았다. 18~29세 사이 유권자들의 투표율은 40%의 참담한 수준이었다. 전반적인 정치적 무관심에다 클린턴에 대한 거부감까지 작용한 결과였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젊은이들의 투표참여 독려를 위한 캠페인이 4년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활발히 전개됐다. 온라인 매체인 복스(Vox)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투표하겠다고 밝힌 젊은 유권자 비율은 76%로 4년 전 같은 조사의 응답자 비율인 49%에 비해 훨씬 높았다.
젊은 층의 정확한 투표율은 추후 집계되겠지만 이번 대선에서 젊은 유권자들이 던진 표는 대부분 바이든에게 간 것으로 드러났다. 공화당 전략가들이 실시한 선거 당일 밤 여론조사에서 표를 던진 18~29세 유권자들의 바이든 지지율은 트럼프 지지율보다 무려 42%포인트가 높았다. 4년 전 힐러리 클린턴은 트럼프보다 27%포인트 더 많은 지지를 받았었다. 젊은 유권자들 표가 박빙의 승부가 펼쳐진 지역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했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캠페인이 진행되면서 이번 대선에 대한 젊은이들의 관심이 폭발적으로 끓어올랐다. 대학생들은 캠퍼스 잔디 위에 폰뱅크를 설치하고 유권자 등록과 투표참여 독려 캠페인을 벌였다. 팬데믹 대처와 날로 심화되는 양극화에 절망한 젊은이들이 적극 동참했다. 여기에다 팬데믹으로 대부분의 스포츠 경기들이 제약을 받으면서 젊은이들의 관심이 분산되지 않은 것도 주효했다.
이런 뜨거운 관심은 자연스럽게 조기투표로 이어졌다. 선거관련 데이터를 제공하는 한 업체에 따르면 거의 모든 주에서 18~29세 사이 유권자들의 사전투표가 크게 늘었으며 증가 비율은 모든 연령층 가운데 가장 높았다는 것이다. 젊은이들 사이에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투표 인증 샷도 확산된 것도 젊은 유권자들의 투표를 독려한 요인이 됐다.
이번 대선 판세에 젊은이들이 미친 결정적인 영향력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준 곳이 조지아이다. 조지아는 지난 수십 년 간 공화당이 절대적 우위를 보여 온 대표적인 ‘레드 스테이트’이다. 이곳에서 바이든은 개표 막바지에 대역전에 성공했다. 아직 잠정적이긴 하지만 바이든이 이처럼 앞설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젊은 유권자들의 지지가 뒷받침됐기 때문이었다. 조지아의 젊은 층 유권자 등록은 무려 33% 이상 치솟았다.
이런 현상에 고무돼 민주당은 조지아에서 이길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을 살짝 드러냈는데 그것이 현실이 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조지아의 선거결과는 연방 상원의 판도가 걸려 있는 조지아 연방 상원의원 두 석을 놓고 내년 1월 치러지는 결선에 어떻게 임해야 할지 민주당에 시사해 주는 바가 적지 않다.
바이든 진영의 캠페인 모토는 “젊은이들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 간다”였다. 이를 위해 소셜미디어에서부터 게이밍에 이르기까지 온라인 플랫폼들에 많은 돈을 투자했다. 그리고 이런 전략은 큰 결실을 거뒀다. 트럼프 진영도 젊은 층 동원에 신경을 많이 썼지만 민주당만큼의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앞으로 미국정치 판세는 젊은 유권자들은 누가 더 많이 투표장으로 이끌어 내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노년층 같은 경우 이미 지지성향과 투표율이 상수가 돼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정치가 달라지려면 젊은이들이 정치에 관심을 갖고 목소리를 내야 한다. 정치가 이념이 아닌, 이슈를 중심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더욱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