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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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허한 가을

2020-11-08 (일) 이옥순 / 콜럼비아,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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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겹이 펼쳐있던 진초록 잎새들
어느새 헐거워지고
시원한 바람결로 가을을 만나네
살랑거리는 나뭇잎새 사이로
은혜로운 생명의 빛
가을 햇살이 예리하다
그럼에도 이 가을은 공허하다
숲속 호수 주변에는
가을의 스산함이 깃들고
얼굴을 가리운채 무표정하고 무심하게
거니는 사람들
호수 건너편 언덕엔
억새풀 사이 사이로 들꽃들이 어우러지는데
바람불어 흩날리는 억새 꽃
바라보며 공허함을…
보듬고 있던 흰구름 한점마저
가을 바람에 빼앗겨 버린
가을 하늘은 허공일세
호수의 찰찰한 옥색 물결 충만하여도
이 가슴은 텅 비어, 공허하고 허전함은, 나이 탓일까!
계절의 탓일까! 시국의 탓일까!

<이옥순 / 콜럼비아,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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