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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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창] 테스형의 질문

2020-11-04 (수) 송현아 (산호세주립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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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훈아의 ‘테스형’이라는 노래가 한국에서 뜨거운 인기를 얻고 있는 듯하다. 철학자 소크라테스를 테스형이라고 익살스레 표현하는 것이 재미있지만, 그 노랫말에는 매우 심오한 질문들이 많다. 그중에서도 ‘너 자신을 알라며 툭 내뱉고 간 말을 내가 어찌 알겠소 모르겠소, 테스형’이라는 가사에 매우 공감한다. 나이가 들수록 나 스스로가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겠다. 비교적 온화한 성격이라고 생각했는데 요즘 아이들이 이쁘다고 연신 뽀뽀를 하다가도 순간 열이 올라 버럭하는 것을 보면 원래 내가 이렇게 다혈질이었나 싶다.

얼마 전 교회 목장 모임에서 ‘다른 이에게 나는 누구인가?’라는 다소 직면하기 두려운, 그러나 매우 궁금한 질문을 나눠야 하는 시간이 있었다. 비록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모임이었지만, 공개적으로 이야기하는 자리인지라 서로의 좋은 부분들을 이야기해주었고, 미묘한 긴장감과 박장대소가 함께하는 유쾌한 순간이었다.

나에 대해서도 다양한 이야기를 해주었지만 모임 이후에 가장 뇌리에 남는 것은 ‘솔직한 사람’이라는 표현이었다. 내 생각에도 나는 내 감정이나 생각을 잘 숨기지 못하는 것 같다. 그래서 나의 많은 부분들이 여과없이 드러나는 그런 ‘솔직한’ 사람인 것 같다. 이 이야기를 들은 후 몇 가지 질문이 내 안에 생겨났다. 솔직하다는 것은 좋은 것일까? 때로는 나의 솔직함이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것은 아닐까? 마음에 생각을 담아 놓지 못해 에둘러서라도 말해야 직성이 풀리는 나의 모습을 꼬집은 것은 아닐까!


이는 솔직함에 대해 다양한 글들을 찾아보며 생각을 해보는 기회가 되었고, 솔직함과 정직함의 차이에 대한 글들이 유독 눈에 들어왔다. 언뜻 비슷해보이는 이 둘은 큰 차이가 있다. 솔직함은 자신의 감정을 쏟아냄으로 스스로 마음이 편안해지고자 하는 자기 중심적 경향이 있는 반면, 정직(正直)함은 그 언행의 의도나 방법이 모두 ‘바를 때’ 비로소 성취할 수 있는 보다 이타적인 성품이라는 것이다.

여전히 자아에 대한 고민이 깊은 중년이지만, 솔직하되 무례하지 않은 정직한 사람이 되기 위해 더 노력해야겠다 다짐해본다. 그리고 종종 가까운 지인들에게 그대들에게 나는 어떤 사람인지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도 퍽 재미있고, 자아성찰의 기회로 삼기 좋은 듯하다. 다만 너무 솔직하기만 한 사람에게는 묻지 않기를!

<송현아 (산호세주립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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