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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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념을 줄인다면 과식도 괜찮다

2020-11-04 (수) 정호윤 / 예담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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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호윤 한방칼럼

우리 인체에는 몸의 일부분이 약해져서 어떤 특정한 영양소가 추가로 필요하게 될 때, 그 모자란 영양소를 충분하게 포함한 음식에 대한 식욕이 동하는 메커니즘이 내재되어 있다. 비타민이 부족하면 과일이나 채소가 땡기고, 기운이 부족하면 고기가 땡기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살아가면서 음식을 섭취하는 경험을 통해 각각의 음식이 내는 다양한 맛들과 그 맛이 담고 있는 기운, 혹은 영양소의 연관성을 학습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몸은 경험을 통해 맛과 영양, 기운의 연관성을 저절로 학습한다.
그러니, 어느 날 갑작스레 특정한 음식에 대한 식욕이 솟구친다면, 이는 우리 몸이 그 맛과 연관된 기운과 영양소의 부족함을 인식하여 뇌에 신호를 보냈기 때문이다. 즉, 입맛이란 기본적으로 우리 몸에 부족해진 영양과 기운을 알려주는 체내 알림 시스템으로서의 역할이 그 본질이다. 그러니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의 영양소와 우리 몸의 상태를 일일이 분석하지 않아도, 우리의 몸은 원칙적으로는 단순히 입맛대로 음식을 섭취하는 것만으로 충분히 건강을 유지할 수 있게끔 설계되어 있는 것이다.

내 몸이 원하는 음식이 바로 내 몸에 필요한 음식
특히 여성들의 경우 임신했을 때 이러한 경향이 두드러지는데, 이는 뱃속의 태아를 위해 이 기본 기능이 훨씬 활성화되고 극대화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 연구 결과에 의하면 태중의 아이가 만들어 지는 과정에서 태아의 신체를 형성하기 위한 특정 영양소가 많이 필요해지는 시기가 있는데, 이 때 산모는 그 특정한 영양소가 풍부하게 들어 있는 음식에 대한 식욕이 강력하게 동한다고 한다. 즉 산모가 입덧을 하는 중에 특정한 종류의 음식을 원할 때는 입맛이 가는 대로 충분히 먹어주는 것이 태아와 산모의 건강에 매우 유익한 행동이라는 결론이다.


음식의 담고 있는 기운은 그 맛으로 나타난다
한의학에서는 일찌감치 이 맛과 기운(영양소)의 관계를 발견하여, 자연에 존재하는 다양한 종류의 영양과 기운을 각각의 특성에 따라 다섯가지로 나누어 오행이라는 이름으로 구분하였다. 이 음식의 맛으로 나타나는 오행은 신맛, 쓴맛, 매운맛, 단맛, 짠맛이 기본이다. 그래서 만약 어떤 음식이 특정한 맛을 더 강하게 품고 있다면, 이는 그에 해당하는 오행의 기운을 그 음식이 다른 것보다 더 많이 품고 있다는 뜻이 된다. 이 각각의 맛이 품은 고유한 성질을 한의학에서는 아래와 같이 연결시켜 놓았다.

신맛은 흩어진 것을 수렴하고, 쓴맛은 습한 것을 건조하게 하고, 단맛은 급한 것을 늦추고, 매운맛은 맺힌 것을 완화하고, 짠맛은 굳은 것은 연하게 한다. 그리고 이러한 각각의 성질은 우리 몸안의 특정 장기를 자극하여 그 기능을 활성화하는데, 이를 한의학에서는 신맛은 간을 돕고, 쓴 맛은 심장을 도우며, 단맛은 비장을 돕고, 매운맛은 폐를, 짠맛을 신장을 돕는다 라고 표현하였다.

과식이나 지나친 양념을 사용하는 식습관은 우리 몸의 알림 시스템을 망가뜨린다
하지만 우리 한국인의 요리문화가 재료 자체의 맛 보다는 그에 추가되는 갖은 양념의 맛을 즐기는 식으로 발전되어 왔다는 것에 문제가 있다. 이러한 식문화 속에서 우리의 몸이 음식의 재료 그 본연에 맛보다는 양념의 맛에 길들여져 버리면, 우리의 몸은 ‘음식의 재료가 가진 기운’과 맛의 상관 관계를 더 이상 잘 인식하지 못하게 되어 버린다.
그럴 경우 우리의 몸안에 어떤 기운이나 영양소의 결핍이 생겨도, 우리의 몸은 단순히 자극적인 양념이 들어간 음식만 찾을 뿐… 실제 그 영양과 기운이 담김 재료를 원하지 않게 된다. 마치 대다수의 한국인이 기쁘거나 슬퍼도, 화가 나거나 피곤해져도 늘 한결 같이 ‘맵고 달콤한 고추장’의 맛만을 추구하는 것처럼 말이다.

문의 (703)942-8858

<정호윤 / 예담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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