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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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창] 중간시험

2020-10-30 (금) 양주옥 (피아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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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창에 아쉬운 작별을 고한 지 몇 해가 흐르는 사이 우리 인생에 이런 큰 변화를 가지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 전쟁보다 무서운 전염병에 일상이 갇히게 되었고 그리운 이들을 마음대로 볼 수 없는 현실을 살게 되었다. 새로운 현실에 우왕좌왕하던 처음과 달리 지금은 마스크를 하지 않으면 오히려 밖을 나설 수 없는 이상한 일상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살아가고 있다.

내게도 삶의 변화가 있었다. 뜻하지 않은 하나님의 섭리로 새로운 공부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 평생 해왔던 전공과 전혀 다른 새로운 분야에 대한 설렘과 두려움으로 컴퓨터 앞에 앉은 지 한달만에 코로나가 시작되었고 변화된 나의 일상은 줄어든 일 대신 강의와 과제에 더 집중하게 되었다. 역시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기쁨은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 주었고 하나씩 이뤄가는 과정은 또 다른 성취감을 주었다. 그런데 아직도 기쁘지 않은 것이 있으니 바로 시험이다. 적당한 스트레스는 목표를 성취하는데 동기를 부여한다는 말이 있지만 역시 시험은 시험이다.

젊은 시절 한번만 읽어도 술술 외우던 것이 지금은 수없이 반복을 해도 돌아서면 잊어버린다. 시험 날짜는 다가오고 마음만 급하니 더 안된다. 하루종일 외우는 종이만 들고 왔다갔다 하면 남편이 한마디 한다. “스트레스 받지 말고 되는 만큼 해. 낙제만 안하면 되지 일등 안하면 어때?” 그러다 안됐는지 “힘들면 그만둬. 지금 학위 따서 박사 할 것도 아니고…” 저절로 웃음이 난다. 아니, 보호자가 격려하고 그래도 열심히 하라고 해야지 힘들면 그만두라니…. 안쓰러워 하는 말인 줄 알면서도 옆에서 그러니 그만둘 수가 없다. 아니, 오히려 더 잘하고 싶다.


갇혀 있는 일상 중에도 가을이 왔다. 유난히도 좋아하는 가을인데 요즘은 밖에 나가도 자연이 내게 말을 걸지 않는다. 계절은 변함없이 찾아오고 지나가는데 내 머리 속은 온통 시험 생각뿐이다. 이렇게 아름다운 자연을 망각하고 지낼 만큼 시험이 나를 지배한다면 분명 적당한 스트레스가 아닌 듯하다. 교수님이 말씀하셨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어서 시험을 끝내고 가을을 마음껏 즐기며 마음의 이야기들을 풀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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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주옥씨는 학부와 대학원에서 피아노를 전공했다. 1998년 도미 후 상항기독 합창단 반주자를 역임했고, 현재 상항중앙장로교회 반주자로 섬기고 있다. 실리콘밸리롸이더스그룹 주최 육아수기 공모전에서 2006년 금상, 2016년 은상을 수상했다.

<양주옥 (피아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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