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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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悲歌)

2020-10-27 (화) 서윤석 / 헤이마켓,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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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즈 글릭 作 서윤석 譯

기막힌 일이 생기는 것이다-나의
사랑이 또 죽어간다, 이미 죽은 내 사랑이;
죽어서 추모를 끝냈는데. 그런데 장송곡이 이어진다,
이별의 노래가: 나무가
악기樂器가 된다.
이 대지大地가 얼마나 잔인한가, 버드나무가 떨고,
자작나무가 허리를 굽히고 한숨을 쉰다.
얼마나 잔인한가, 얼마나 한없이 연약한가.
내 사랑이 죽는다, 내 사랑이
사랑만이 아니라, 내 이상理想, 내 생명生命이.
무엇때문에 살 것인가?
어디에서 그를 다시 찾을까
슬픔에서
기타를 만드는 어두운 숲에서가 아니면.
한 번이면 되지, 한 번 이땅에서 이별 했으면 되지,
슬퍼하는 것도, 물론 그것도,
한 번 영원히 이별하면 되지 않는가.
버드나무가 돌분수에서 떤다,
꽃들이 인접한 길가에서.
한 번이면 족하지, 왜 그가 다시 왔는가?
너무도 짧은, 다만 꿈 속에서.

나의 사랑이 죽어간다: 또다시 이별이 시작된다.
버드나무 옷깃사이로
햇살이 올라와 눈부시게 한다,
우리가 아는 그런 빛이 아니다.
새들이 또 운다, 슬픈 비둘기조차도.
아! 나는 노래를 불렀다. 돌분수대 옆에서
버드나무도 또 노래한다
말할 수 없는 연약함으로,
반짝이는 물살에 떠 있는 잎사귀를 따라서.
분명히 그들은 안다, 그들은 안다. 그가 또 죽고 있다,
그리고 온 세상도. 내 남은 인생도,
나 그렇게 믿는다.

*지난 주 발표된 2020년 노벨 문학상 수상 시인 Louise Gluck(루이즈 글릭) 의 FSG출판사 발행(2013년 아마존으로 구입) 시집 410-411쪽에 실린 Lament를 번역한 것이다. 참고로 또 한 편의 Lament가 236쪽에도 있다. 시인의 이름은 독일어 발음에 따랐다.

<서윤석 / 헤이마켓,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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