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혁 대사 국감 발언에 대한 생각
2020-10-25 (일)
조성태 / 워싱턴시민학교 교장, MD
지난 12일 이수혁 주미대사는 국정감사 발언에서 “한국은 70년 전에 미국을 선택했기 때문에 앞으로도 70년간 미국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앞으로도 미국을 사랑할 수 있어야, 우리 국익이 돼야 미국을 선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사랑하지도 않는데 70년 전에 동맹을 맺었다고 해서 그것을 지켜야 한다는 것은 미국에 대한 모욕”이라며 “그래야만 한미동맹도 특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두고 갑론을박이 많다. 허나 조금만 생각해 보면 이수혁 대사의 발언은 나라간 동맹관계와 외교 관계를 아주 쉽고 정확하게 표현한 말이다.
나라간 동맹은 군사동맹을 말한다. 경제동맹 사회동맹 문화동맹 등등 이런 동맹은 존재하지 않는다. ‘굳건한 한미동맹’이라 말하면 한미간 군사적 동맹을 지칭하는 것이다.
“어제의 동지가 오늘 나를 버릴 수 있다" 이것이 외교사의 법칙이다. 역설적으로 “어제의 적을 오늘은 동지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 또한 역사가 주는 교훈이다. 미국이 언제까지나 한국을 보호할 것이라는 착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또한 중국이 언제까지나 북한을 감싸줄 것이라는 착각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세계 패권을 두고 경쟁하고 있는 미국과 중국은 자국의 국익을 위해서는 언제든 한국과 북한에 대한 지금까지의 입장을 바꿀 수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고 합리적인 생각이다.
“국익 앞에선 변하지 않는 것이 없다”는 외교 격언을 항상 기억해야 한다.
“역사는 그 자리에 서 있는 것이 아니라 늘 변하면서 살아서 움직인다”고 했다. 나라간 동맹관계 그리고 나라간 친선 관계도 자국의 이익 앞에서는 흔들리는 갈대와 같은 것이다.
이수혁 대사는 “(종전선언이) 비핵화로 가겠다는 선언이기 때문에 비핵화 프로세스의 문을 여는 정치적 합의로 남북한과 미국 또는 중국이 하자는 것”이라며 “그것을 (북한이) 어떻게 거부하겠냐. 유엔사가 해체되는 것도 아니고 종국적으로 평화협정을 만들어 항구적 평화를 이루자는 정치적 선언이다. 그걸 북한에 설득하고 있다”고 했다.
남북 관계는 외교적 관계와 민족적 관계 두 가지 상황이 존재한다.
외교적으로는 평화적 협력 관계를 만들어 한반도에 전쟁의 위험을 없애고, 항구적 평화체제를 만들어야 하는 관계이며 민족적으로는 서로 화해 협력하며 궁국적으로는 통일의 길로 나아가야 하는 관계이다. 이를 뒷받침하고 그 동력을 만들어 내는 방식이 한미동맹이며 중국과의 관계이다.
이를 무시한 “한번 동맹은 영원한 동맹”이라는 맹목적 주장은 시대를 읽지 못하고 한반도 평화를 도외시한 전쟁적 발상임을 알아야 한다.
“우리는 앞으로도 미국을 사랑할 수 있어야 그리고 대한민국의 국익이 돼야 그 동맹을 유지하는 충분한 의미가 있다.”
이는 쌍방이 서로 노력해야 하는 과제이며 대한민국 외교의 방향인 것이다. 워싱턴 지역 보수인사들이 이수혁 대사의 발언을 놓고 주미한국대사관 앞에서 “이수혁 대사 퇴진” 요구 시위를 한다는 기사를 봤다.
민주국가에서 집회와 시위의 자유는 보장되어 있다. 그렇다고 그 발언을 왜곡한 무분별한 행동은 모국의 이익에도 도움이 안되고 동포사회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도 아니다.
만약 필요하다면 시위를 주장하는 보수인사분들과 ‘동맹과 외교’라는 주제로 간담회라도 열고 싶은 심정이다.
충분한 의견 수렴과 발언의 진정한 의미를 듣고 그 다음 행동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민주적 방식이 아닐까 생각한다.
<조성태 / 워싱턴시민학교 교장, M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