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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로 가려진 우리의 웃음

2020-10-19 (월) 이재진 국제개발금융 투자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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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로 가려진 우리의 웃음

이재진 국제개발금융 투자담당

올해 3월 부터 퍼지기 시작한 코로나-19로 인해 어느 순간 부터 우리는 외출할 때 핸드폰 다음으로 챙기는 것이 마스크가 되어 버렸다.

이제는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아파트의 엘리베이터부터 탈 수 없게 되었으며, 버스나 지하철은 물론, 입장 할 수 없는 까페나 상점들이 수두룩하다.

마스크 없이는 못 들어간다는 빨간 글씨보다 더 무서운 것은 사람들의 눈총이다 보니 혹시라도 마스크를 안 쓰고 집 밖으로 나갔다간 준비물 안 챙겨간 초등학생 마냥 허겁지겁 집으로 뛰어 들어가는 것이 이제는 어른이고 아이고 어색한 모습이 아니다.


전국민에게 이런 캠페인이 통하고 ‘discipline’이 통하는 나라는 정말 몇 안 될 것이고 그 중 하나가 우리 나라 라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얼마 전 신문을 보니 영국에서 “마스크를 꼭 쓰고 코로나-19의 전파를 막자”라는 것에 대해 ‘Anti-mask Protest’ 시위를 벌였다고 한다.

그 이유는 내 몸은 내가 알아서 하는데 왜 참견이냐는 것이고, 더욱 나아가 남에게 전파를 시키지 않기 위한 노력은 안 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비하면 타인의 대한 배려가 잘 지켜지고 있다 보니 우리나라는 외국에 비해 확진수도 적고 코로나-19를 나름 대처를 잘 하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요즘 이런 현상으로 가장 안타까운 것은 길거리에서 보기 힘들어진 마스크에 가려진 사람들의 웃음이다.

점점 추워 지는 날씨와 다가오는 계절이 더 춥게 느껴진다.

나 또한 지나가는 아가들과 아이들을 보고도 웃음을 지어줄 수 없는 것도 유감이다.


몇 년전 어느 방송에서 아기들을 데리고 실험을 하는 것을 본적이 있다.

한 쪽에는 엄마가 있고 반대 쪽에는 돌 정도 된 아기가 있고 그 사이에는 낭떠러지 (시각 벼랑)가 있었다.

그리고 그 낭떠러지는 유리로 덮여 있었다.

첫번째 실험은 엄마가 반대편에 있는 아기에게 무표정으로 쳐다보며 와보라 하는 것이었고 두번째 실험은 엄마가 웃으며 아기에게 와보라고 하는 것 이었다.

첫번째 실험에서 다반수의 아기들은 엄마에게 기어가다 낭떠러지를 쳐다보고 주춤하며 더이상 기어오지 않았다.

그러나 두번째 실험에서의 반응은 대단했다.

백발백중 아기들은 낭떠러지를 보며 무서워 주춤하면서도 서로 기어 오는 속도만 틀릴 뿐 엄마를 향해 기어 왔다.

그 정도로 웃음의 힘은 대단했다.

그걸 본 후 나는 기회가 될때 마다 눈이 마주치는 아기들에게는 웃어 주기 시작했다.

이 실험의 결론은 어른들의 감정이나 태도가 아이들에게 대물림된다고 하는 것이었다.

따라서 나라도 웃어주면 아기들이 긍정적인 에너지를 얻어 사회가 조금이나마 밝아 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에 펼치는 내 개인적인 공익 캠페인이었다.

요즘은 아기들을 보며 마스크로 가려진 입으로 웃음을 지을 수 없어 가끔 눈웃음을 지어 보이지만 예전 만큼 효과가 없는 듯하다.

그래서 얼굴을 가까이 대면 아기 엄마들이 황급히 아기들이나 아이들의 얼굴을 획 돌려버리거나 손을 끌어 당겨버린다.

마스크가 바이러스를 차단해 줘 고맙긴 하지만 우리의 웃음을 앗아가는 것 같아 뭔가 씁쓸하고 아쉽다.

마스크가 일상이 된 시기가 얼른 지나가 아기들에게도 우리의 웃는 모습을 맘껏 보여줄 수 있고, 타인과 길에서 살짝 부딪혀도 웃음으로 만회할 수 있고, 예전처럼 외국인들과 인사를 나눌때에도 양쪽 볼에 거리낌 없이 입 맞추며 인사 할 수 있는 때가 오기를 바란다.

이런 별난 시기를 보내는 아이들은 마스크가 코로나 바이러스 같은 위험한 병을 예방해 주지만 마스크를 벗으니 오히려 행복 바이러스가 전파 되는 시기가 온 다는 것을 깨닫는 기회가 되었음 좋겠다는 상당히 진부한 감상에 잠깐 젖어보았다.

<이재진 국제개발금융 투자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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