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창] 안경
2020-10-15 (목)
김주성 (주부)
나는 안경을 쓰고 있다. 눈이 많이 나쁘지 않아서 공부할 때만 쓰다가 대학교 이후 본격적으로 안경을 쓰게 되었다. 대학교에 입학해서 콘택트렌즈도 사용해보았지만 눈이 건조해서 몇번 사용하고 안경을 쓰게 되었다. 중학교 때 처음 썼던 안경을 생각해보니 무거운 유리알에 멋없는 테에 여름이면 땀에 흘러내리고, 겨울이면 김이 서리는 그런 안경이었다. 그러나 요즘 안경은 눈이 많이 나빠도 기술의 발달로 정말 가볍고 편하고 좋아졌다. 그래도 사람들은 안경을 쓰는 것이 불편도 하고 예뻐 보이지도 않고 해서 콘택트렌즈를 끼기도 하고, 아이들은 시력 교정용 드림렌즈도 착용하고, 수술도 하게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능한 한 안경을 쓰지 않으려 노력했지만 요즘은 패션용으로도 액세서리로도 안경을 쓰는 그런 시대가 되었다.
그렇게 쓰지 않으려 노력했던 안경을 주위에서 하나둘 다시 쓰기 시작한다. 바도 돋보기이다. 작은 것을 크게 보는 데 사용하는 볼록렌즈로 확대경이라고도 한다. 만화에서 보면 주로 탐정들이 사건의 작은 단서를 찾으려 들고 다니거나 초등학교 때 과학시간에 신문에 불을 붙이거나 그렇게 사용하던 돋보기를 주위의 친구들이 하나둘 가지고 있게 되었다. 노안이 온 것이다. 누가 중년의 시작은 언제부터인가라는 질문에 돋보기를 쓰는 시점부터라고 했는데 이제는 빼도박도 못하는 중년이 된 것이다.
눈이 좋아서 안경을 쓰지 않았던 친구들부터 돋보기를 사용하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눈이 침침하고 무슨 문제가 있나 해서 병원에 갔다가 노안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충격에 빠진다. 미루고 미루다 돋보기를 쓰게 되면 다들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고 한다. 친구들을 보아도 염색을 하지 않는 친구는 많지만 대부분 글씨가 잘 안보여서 돋보기를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나도 몇년 전부터 글씨가 가까우면 흐릿하고 어느 정도 거리를 두면 글씨가 잘 보였다. 그런데 요즘은 핸드폰의 글씨들이 잘 보이지 않고 안경을 벗어야 가까운 거리의 글씨가 잘 보이는 것이다. 남편은 핸드폰의 글씨를 크게 설정하라고 하지만 뭔놈의 자존심인지 아직까지 잘 보이지도 않는 글씨를 키우지도 않고 돋보기는 생각도 하지 않고 있다. 나도 아마 조만간에 새 세상을 맞이하게 되지 않을까 추측하게 된다.
<김주성 (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