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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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형

2020-10-13 (화) 김범수 목사 / 워싱턴 동산교회/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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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형! 왜 이리 내 심장이 콩당거리고, 가슴이 먹먹한지 모르겠어요. 참 착하고 순진한 에스형! 남의 도움을 구할 상황에도 손내미는 것을 언제나 꺼렸던 에스형! 덩치는 커서 나보다 한 어깨는 높고, 손은 두꺼비처럼 커서 예쁘지도 않은데 애인 손을 잡듯이 살포시 손잡곤 했던 것은 형을 사랑했기 때문인 거 알지요?

어려서부터 힘들고 외롭게 자라서 자기보다 남의 마음을 더 먼저 헤아리려고 식사시간에도 동생들에게 반찬을 양보하고, 밥 한술 더 먹고 싶은데도 먼저 자리를 차고 일어나 할일없이 동네 한 바퀴를 이리저리 휘둥그레 바라보며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그렇게 태연해야 했던 에스형! 그래서 그런지 무엇이든지 이것저것 드시라고 하면 사양하고 ‘괜찮습니다’라고 손사래가 익숙했던 형! 비싼 옷을 입지 않아도 타고난 몸매가 좋아 폼이 나고, 에스형을 닮아 두 아들이 쌍꺼풀 검은 눈에 어머니를 극진히 사랑하는 두 효자들을 가진 에스형이야 말로 자식농사 잘 지은 모범농부이시죠. 게다가 아내마저 현숙하니 에스형이야 말로 복남이 중에 복남이가 아닙니까?

체력이 남다르게 타고나 그렇게 남들이 부러워했던 고등학교 야구선수까지 했으면서도 그 경력을 구태여 숨기려 했던 스포츠맨 우리 에스형! 남들은 금수저 은수저의 혜택을 누렸지만 늘 마음에 외로움과 고독 속에서 자기의 길을 찾았던 에스형! 자기와 같은 형편의 사람들을 위로하기 위해 상담학을 공부하려고 결심하고 드디어 박사학위까지 받은 우리의 학구파 박사님 에스형!
기골이 장대한 형이 왜 거기 누워 있습니까? 왜 형은 그리 착하기만 합니까? 왜 아플때 아프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왜 힘들면 손을 내밀어 힘들다고 하지 왜 그리 스스로 참았습니까? 혹시 배가 고픈 적은 없었습니까? 혹시 병원비가 없어서 병원에 자주 가지 못하신 것입니까? 두 아들 학교 보내면서 등록금이 없어서 걱정하지는 않았습니까? 왜 형은 바보가 아니면서 바보인 척 그렇게 말없이 세상을 품고 안으며 살았습니까?


남보다 앞서기 위해 좀 거짓말도 하고, 얄미운 짓도 하고, 그리고 다른 사람을 헐뜯어보지, 왜 그리 가만히 아무 말없이 돌처럼 묵묵하기만 하셨습니까? 그래서 늘 제가 형을 바위라고 놀리지 않았습니까?
에스형! 왜 내 마음이 이리 답답하고 저립니까? 이것이 사랑 때문이라구요? 그런 얕은 말로 치장하기에는 제가 너무 미안하고 미안합니다. 지난 수개월 동안 코로나 때문에 자주 만나지 못하고 전화로만 안부를 묻곤 했을 그 때에 왜 아파서 잠을 잘 수 없다고, 기침이 난다고 왜 말이 없었나요? 왜 그리 숨기기만 했나요? 그것 때문에 내 마음이 얼마나 미안하고 아픈지 알아요? 에스형! 정말 얼마나 아픈거예요? 형이 아프면 나도 아프다고 말해도 돼나요?

아! 에스형! S 형! 상섭형!
형이 늘 좋아하던 성경 말씀이 생각납니다.
“또 여호와를 기뻐하라 그가 네 마음의 소원을 네게 이루어 주시리로다”(시편37:4)
사랑스런 남편! 자랑스런 아빠! 에스형, 어서 그 히죽이며 웃는 그 시골아이같은 순진한 얼굴을 맞대어 보고 싶습니다.
언제 한번 나랑 아니 우리랑 야구 시합 한번해요. 누가 안타를 치는지 겨루어 봅시다. 저도 야구 참 좋아하니까요. 아니 빨리 신학교에 가서 제자들 가르치는 모습 보고 싶어요.
예수님을 닮은 교회에서 설교하는 에스형 목사님을 보고 싶습니다. 에스형! 사랑합니다. 에스형! 야구는 9회말 투아웃부터라고 했죠? 해 봅시다. 자 그럼! Let's go!

<김범수 목사 / 워싱턴 동산교회/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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