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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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고 있는 우리 집

2020-10-12 (월) 이보람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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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를 데리고 산책을 하다 길가에 떨어진 마스크를 보았다. 얼마 전 인터넷에서 본 사진 몇 장이 떠올랐다. 새 다리에 마스크 줄이 엉켜 고통받고 있는 모습, 바다에 해파리처럼 떠다니는 마스크의 모습이 담긴 사진들이었다. 반려견 배변봉투로 조심스레 버려진 마스크를 집어 봉투에 잘 담아 공원 쓰레기통에 버렸다. 무심코 버린 이 마스크에 또 어떠한 생명이 고통받지 않았으면 하는 작은 바람에서였다.

코로나 19로 인해 우리네 삶의 모습이 많이 변화했다. 모두가 마스크를 쓰도록 권고받고 청결 유지를 위해 각종 소독제 사용이 늘었다. 나 또한 일회용 마스크와 일회용 장갑, 손 소독 티슈를 여럿 구비해놓고 사용하고 있다. 하루에 쓰고 버리는 일회용품의 수가 확실히 늘었다. 이전보다 빨래를 더 자주 하게 되어 세제 사용도 늘었다. 이러한 시국에 나와 가족의 안전을 위함이라고는 하지만 이 많은 쓰레기와 오염물질이 다 어디로 갈까라는 생각에 죄책감이 들었다. 그렇다고 당장 이 일회용품들을 안 쓰기에는 바이러스에 노출될 위험성이 너무 크지 않은가.

마스크의 경우 필터를 포함 주요 소재가 플라스틱이다. 핵심인 필터는 플라스틱 소재인 합성수지를 실처럼 가늘게 뽑아 만들어진다. 미세한 구조로 짜여 있기 때문에 제대로 폐기되지 않고 강이나 바다로 흘러 들어갈 경우 미세 플라스틱으로 분해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이는 안 그래도 심각한 해양 미세 플라스틱 문제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 2018년 UN의 발표에 따르면, 매년 1,300만 톤의 플라스틱이 바다로 유입돼 해양 생태계를 파괴하고 생물 다양성을 위협한다고 한다. 한 환경단체는 우리는 머지않아 바다에서 해파리보다 더 많이 떠다니는 마스크를 보게 될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코로나 19가 언제 종식될지 모르지만 한동안 코로나 19로 발생되는 일회용품 및 의료 폐기물의 양이 전 세계적으로 엄청날 것으로 보인다. 내 안전을 지키기 위해 자연을 파괴한다는 점이 아이러니하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잡힌다고 해도 또다시 어떠한 신종 바이러스가 인류를 위협해올지 모른다. 환경오염으로 인한 기후변화는 전염병이 발생하기 좋은 조건을 만들기 때문이다. 기온 상승 및 강수량 증가는 질병을 옮기는 파리와 모기 등의 곤충이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든다. 해수온도가 올라가고 염분 농도가 변하면 해양생물 내에 세균과 독소를 증가시킨다. 따뜻한 기후로 빙하가 녹으면서 영구동토층에 휴면 중이던 바이러스가 다시 활동할 가능성도 있다. 이처럼 환경파괴는 그 여파가 결국 우리에게 고스란히 되돌아온다.

우리는 어리석게도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칠 때가 많다. 아름다운 자연이 더 이상 파괴되지 않도록 우리 모두 고민해야 한다. 뉴노멀 시대에는 건강도 지키고 지구도 지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스웨덴의 10대 환경 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는 말했다. “저는 어른들이 희망을 품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저는 어른들이 두려워하기를 바랍니다. 저는 어른들이 제가 매일 느끼는 공포를 느끼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저는 어른들이 행동하기를 바랍니다. 저는 어른들이 우리 집이 불타고 있는 것처럼 행동하기를 바랍니다. 왜냐하면 우리 집이 지금 불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 지금 우리 집은 불타고 있고 우리는 이 불을 끌 수 있을 때에 꺼야 한다. 지금이 바로 그 때이다.

<이보람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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