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동물인 인간이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으며 사는 일은 공기나 물처럼 꼭 필요한 일이다.
살면서 우리는 관계를 통해서 삶의 의미와 존재감을 느끼고 살아갈 에너지를 얻기도 한다. 삶에서 경험하는 대부분의 상처는 ‘관계’ 속에서 발생하기에, 결과적으로 모든 치유 또한 ‘관계’ 속에서 일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자신이 유달리 관계에서 상처를 많이 받는다면 자신의 관계 패턴과 애착 유형을 살펴봄으로써, 관계에서 오는 상처로부터 나를 보호할 수 있다.
때로는 관계의 어려움이 단순한 어려움을 넘어 ‘관계 중독’이 되기도 한다. 중독이란 ‘하지 않으면 못 견디고 그 것을 하기 위해 어떤 대가라도 치르려고 하는 특성’을 지닌다.
알콜이나 도박 중독의 경우, 중독자는 알콜이나 도박을 못하면 못 견디는 의존성을 보이며, 점점 강도가 강해지는 내성이 생기고, 그 것을 할 수 없게 될 때 금단현상을 경험한다.
‘의존적 관계’를 중독이라 부르는 이유는 이 같은 의존성과 내성과 금단현상 등 중독의 특성이 관계중독에도 나타나기 때문이다.
관계에 전적으로 의존하게 되고, 관계에 내성이 생겨 상대에 대한 만족감이 떨어지며 권태가 생긴다.
그러다가 관계가 끊어지거나 일시적으로 연락이 소원해지면 금단현상을 견디지 못해 매달리고 집착하게 된다.
이처럼 중독성을 내포한 관계중독은 관계에 대한 결핍의 경험에서 온다. 부모의 과잉보호나 학대를 받은 경우, 어린 시절 버림 받은 경험이 있거나, 그로 인해 자존감과 자아정체감이 형성되지 못한 경우에 관계중독에 빠질 위험이 높다.
자기를 희생해서라도 관계가 항상 우선이기 때문에 관계를 깨지 않고 버림받지 않기 위한 모든 노력과 에너지를 쏟는다. 그러나 뒤돌아서면 채워지지 않는 허전한 마음에 우울하고 불안해한다.
관계중독의 몇 가지 유형이 있다.
우선 한 사람에게 유난히 집착하는 유형이다. “당신은 나의 전부. 당신 없인 못 살아”라고 말하며 상대를 구속하고 소유하려 든다.
어떤 이는 곁에 누군가 계속 필요해서 사람을 바꿔가며 표피적 관계를 지속하기도 한다.
중독에 빠진 남편을 구하려는 아내도 관계중독인 경우가 있는데 이를 동반의존증(co-dependency)이라 부른다.
이는 남편이 중독이 빠질 때 아내는 남편에게 중독되는 것이다. 즉 배우자를 구하겠다는 책임감에 불타서 자신의 인생을 고통으로 몰아 넣는다.
또한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고 열심히 일하고 상대의 욕구를 자신의 욕구보다 우선시 하며 자신을 지나치게 희생시킨다.
‘서울 중독 심리 연구소’에서 제공하는 관계중독 진단표에서 제시하는 8가지 항목에 모두 해당된다면 관계중독을 의심해봐야 한다.
‘애인이나 남편에게 이용 당하는 걸 알면서 떠나지 못한다; 마음 속에 늘 ‘이 사람도 날 떠나갈거야’라고 생각한다; 혼자 있으면 마음에 구멍 뚫린 것처럼 외로움이 심하게 밀려온다; 난 사랑스럽거나 가치가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칭찬이나 선물을 받으면 불편하다; 남의 부탁을 거절하면 죄책감에 시달림; 기쁨, 슬픔, 사랑의 감정 표현이 어렵다; 누군가와 ‘너와 나’의 친밀한 관계가 형성되지 않으면 불안하다.’
관계는 나의 일부지만 전부는 아니다. 관계보다 더 본질적인 자기를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
관계중독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선 자신의 관계 패턴에 문제가 있음을 자각해야 한다. 이를 위해 지금까지의 관계를 돌아보며 어떤 사람과 어떤 관계를 가졌고 어떤 식으로 관계가 종결되었는지 살펴보고 그 때의 느낌을 생각해 봐야 한다.
관계중독이 심해지면 자아정체성이 결여되고 의존적이며 삶의 가치와 행복이 타인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게 된다.
증상의 정도에 따라 불안, 우울, 충동, 폭식이나 자학적인 행동으로까지 악화되므로, 애착유형과 관계치료를 다루는 상담전문가를 찾기를 추천한다.
MonicaLeeLpc@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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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카 이 / 심리 상담사, V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