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10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돼 소개될 만큼 유명한 고전 동화 중에 ‘벌거벗은 임금님’이 있다.
1837년에 출판된 안데르센의 단편작인 이 동화책은 원래 제목이 ‘임금님의 새 옷(The Emperor's New Clothes)이다. 줄거리는 거짓말쟁이 재봉사와 그의 친구가 욕심 많은 임금님에게 다가가 임금을 거짓말로 조종하고 세뇌하는 내용이다.
어린 시절에 읽을 때는 ’뭐 이런 말도 안 되는 이야기가 있나‘ 했는데, 요즘 다시 떠오르는 느낌은 매우 색다르다.
새 옷을 입고 뽐내기 좋아하는 동화책의 임금님은 많은 돈을 옷치장 하는데 쓰며 살았다. 임금님은 국정보다 옷 갈아입기를 더 좋아해 거울 앞에서 떠날 줄을 몰랐다. 이 왕에게 꾀 많은 두 형제가 찾아가 아름답고 신비한 옷을 만들 수 있다고 하자 임금님은 많은 돈을 주고 옷을 만들게 한다.
이들은 돈만 받고 옷은 만들지 않고 가상의 옷을 보여주면서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는 천이라고 속였다. 심지어 ‘이 옷은 바보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옷’이라고 더 큰 거짓말을 한다. 왕은 처음에는 벌거벗고 다니는 자신이 이상하게 생각됐지만 점점 세뇌되어 마치 그 옷이 보이는 것처럼 행동한다. 급기야 왕은 보이지 않는 천으로 된 신비한 옷을 입고 마을을 행진하게 된다.
나치 독일에서 국민 세뇌를 담당했던 선동부장 괴벨스는 거짓말이 크면 클수록 사람들은 더 잘 믿는다고 하였다. 하지만 임금님을 본 한 아이가 임금님은 벌거숭이라고 소리친다. 아이들은 순수하기 때문에 진실을 그대로 말하게 된다. 결국 어른들의 집단 생각을 깨트려 준 것은 순수한 영혼을 지닌 아이들이었다.
지난해 한국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을 벌거벗은 임금님으로 빗댄 에니메이션이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문 대통령에 대한 조롱 논란에 휩싸였던 유튜브 동영상 '벌거벗은 임금님'이 많은 조회수를 기록하자 당시 더불어 민주당은 '천인공노할 일'이라며 반발했다.
미국은 그나마 언론의 자유가 많은 탓인지 한 영국 언론인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벌거벗은 임금님’에 비유해도 다들 그러려니 하고 지나갔다.
전 세계 임금님들이 코로나 바이러스가 터지자 혹 정치적인 이유로 머리들만 굴리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하지만 순수한 이성으로 지난 7개월동안의 락 다운 상황을 직시할 경우 벌거벗은 임금님이 보이지 않을까. 대체 코로나 바이러스가 얼마나 무서운 것이길래 이처럼 온 세상을 침체속으로 집어넣어야만 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그간의 의료정책이 도무지 앞뒤가 잘 맞지 않고 혼란스러워 보이는 것은 나만이 그런 것일까.
얼마나 더 많은 벌거벗은 임금님의 행진을 지켜보아야만 임금님이 벌거숭이라는 것을 우리가 확실히 알 수 있을까? 미국의 제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은 “일부의 사람을 오랫동안 속일 수 있고, 모두를 잠시 속일 수는 있지만, 모든 사람을 영원히 속일 수는 없다”라고 말했다.
캘리포니아주의 대표적 관광지인 헌팅턴 비치가 속해 있는 오렌지카운티가 마스크 거부의 메카로 떠오르고 있다고 얼마전 한 보도를 본 적이 있다. 내용은 “헌팅턴 비치에서 마스크를 쓰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는 사람이 거의 없는 것 같다”면서 그곳 주민들은 코로나19 발생 전과 별 차이 없이 살고 있다는 것이다.
헌팅턴 비치는 유명한 관광지이고, 뉴욕시도 마찬가지로 전 세계 관광의 메카이다. 그러나 뉴욕은 지금 거의 죽은 듯한 상황이 되어 있다. 언제까지 이런 상태로 가야 할까. 그런데도 임금들은 자기들만 옳고 잘했다고 큰 소리를 치고 있다.
오는 11월 선거를 앞두고 29일을 기점으로 도널드 트럼프와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간의 TV토론이 세 차례 이어진다. 이들 중 누가 과연 벌거벗은 임금님일까. 그 진위여부가 앞으로 이어질 토론을 통해 만천하에 확실하게 드러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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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