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렛 캐버노. 닐 고서치. 그리고 에이미 코니 배럿(ACB).
캐버노와 고서치는 9명으로 이루어진 미연방대법원의 현직 대법관이다. 배럿은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전 연방대법관이 사망하자 그 후임으로 지명된 예비대법관이다.
이들은 모두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한 인물들로 배럿이 대법원에 입성하면 미국의 사법부는 지각변동을 일으키게 된다. 대법관의 보수와 진보의 비율이 6 대 3이 되면서 ‘보수파의 대법원 탈환’이라는 공화당의 50년 숙원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로 vs 웨이드’ 판결을 뒤집고 낙태를 범죄 화 하려는 것이다.” 2018년 7월9일 당시 워싱턴 DC 연방항소법원 판사였던 캐버노가 연방대법관에 지명되자 민주당이 보인 반응이다.
진보의 아이콘으로 불린 여성 대법관 긴즈버그가 사망하고 그 후임으로 역시 여성이자 보수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ACB, 즉 배럿이 떠오르자 또 다시 같은 우려가 제기됐다.
‘로 대 웨이드(Roe vs Wade)’ 판결은 1973년 연방 대법원이 개인의 임신중절 권리를 정부가 막지 못하도록 한 판결이다. 이 판결이 무엇이기에 민주당은 이처럼 민감하게 반응할까.
이 판결은 단지 낙태 권리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47년 전 대법원이 권리를 인정한 수정헌법 14조의 ‘사생활’은 이후 수많은 형태로 진화되면서 페미니즘운동에, 동성애자, 트랜스젠더 등 성적 소수자의 권익 향상에도 인용돼 왔다.
이 판결은 낙태문제를 넘어서서 다름 아닌 보수와 진보, 두 진영의 충돌소재가 돼 왔던 것. 배럿 연방대법관 탄생은 그러니까 계속 후퇴만 거듭해온 보수진영의 대반격 계기가 되면서 대대적인 문화전쟁을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독실한 가톨릭교도. 일곱 아이(그 중 두 아이는 입양아)의 엄마. 전형적인 사커맘(Soccer mom), 중산층 여성. 그리고 비 아이비리그 출신 법조인이자 자상한 선생님.
배럿 대법관 지명자가 보이고 있는 여러 가지 얼굴이다. “그 ACB를 선택한 것은 ‘신의 한 수’일 수도 있다.” 대선막바지에 트럼프에게 천군만마의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 공화당 일각에서의 주장이다.
한 마디로 흠 잡을 수 없는 가정생활을 해나가고 있다. 일곱 아이를 키우며 법조인으로 커리어를 이어나갔다는 것부터가 그렇다. 사커맘의 이미지는 많은 교외지역, 특히 중서부지역의 중산층 미국여성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그런 그녀를 민주당이 인준청문회에서 몰아붙인다. 그 경우 득보다 실이 많다는 거다. 보수진영을 결집시킨다. 그런데다가 수천만 사커맘들의 공분을 살 수 있으니까.
독실한 가톨릭교도라는 이유로 공격을 퍼 붙는다. 그 경우에는 가톨릭이 절대 다수인 히스패닉의 표심이 요동친다. ‘ACB 지명’은 트럼프로서는 복음주의 기독교와 가톨릭교도 표 공략에 아주 유용한 카드가 되고 있다는 것.
이보다 더 큰 이점은 대선 어젠다 선점이다. 배럿 대법관 지명자 인준청문회는 미국의 헌법적 가치추구와, 법과 질서 등 논쟁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그 경우 코로나 팬데믹은 대선의 주요 어젠다에서 밀려난다.
거기에 또 하나. 민주당의 조 바이든 후보의 여성 러닝메이트 카말라 해리스 효과가 크게 감소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벌써부터 언론의 초점은 배럿에 몰려 있다. 본격적 청문회가 시작되면 10월 내내 ‘ACB이야기’로 미 언론이 도배되면서 해리스는 잊혀지고 여성러닝메이트 효과도 소멸될 수 있다는 것.
맞는 전망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