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화를 복으로 바꾸자

2020-09-26 (토) 민병임/뉴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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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11일 세계보건기구(WHO)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팬데믹을 선언한 지 9월 현재 6개월이 넘었다. 하루 빨리 정상의 삶을 찾게 되는 백신을 고대하지만 언제 백신을 맞게 되고 이 상황이 종식될지 아무도 모른다.

연방정부는 확진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어도 코로나 검사 외에 별다른 대책이 없다보니 누가 무증상 감염자인지 깜깜한데다가 무분별한 정보, 가짜 뉴스가 넘쳐나니 사람들은 ‘코로나 블루’에 이어 ‘코로나 블랙’이라는 신조어에 동감하고 있는 처지다.

처음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되면서 몇 달간은 열심히 마스크 쓰고 수시로 손 씻고 식품도 배달시키던 사람들이 장기간이 되자 설마 걸리겠어? 또는 걸리든 말든 대수랴 하는 생각으로 마스크를 턱에 걸치거나 그동안 못 만난 사람도 만나는 등 자포자기하면서 마음가짐이나 행동이 느슨해지고 있다.


코로나19는 나이, 상황, 성별, 부귀를 가리지 않는다. 우리는 끝까지 버텨 이겨내야 한다. 시련과 역경을 대하는데 사람들은 저마다 대처법이 다르다. 미리부터 체념하고 포기하는 사람이 있는 가하면 금방 훌훌 털고 일어나는 사람도 있다.

기원전 400년, 난세를 살던 추나라 사람 맹자의 말을 들어보자. “하늘이 장차 어떤 사람에게 큰 임무를 내리려 할 때는 먼저 그의 마음과 뜻을 괴롭게 하고 그의 육체를 고달프게 하며 그의 몸과 살을 굶주리게 하여 그의 생활을 빈궁에 빠트려 하는 일마다 어지럽게 한다.”

그러니까 하늘은 우리들에게 장차 얼마나 중요한 일을 맡기려고 이런 시련을 주신 것인지, 이럴 때 일수록 각자의 마음가짐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른다.

작가 웨이슈잉의 ‘한번이라도 끝까지 버텨본 적 있는가’라는 책을 보면 ‘성공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타고난 재능이 아닌 뒤에 숨겨진 끝까지 노력하고 버티는 힘에 있다’ 한다. 지금 포기하고 싶은 마음에 괴로워하고 있다면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고 마지막 한 걸음을 내디뎌보라. 그 걸음이 내 앞에 놓인 미래를 바꾸는 첫 걸음이 될 것이라 한다.

우리가 잘 아는 새옹지마(塞翁之馬) 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옛날 중국 북방 요새 근처에 사는 노인에게 좋은 말이 한 마리 있었다. 어느 날 그 말이 북방 오랑캐쪽으로 달아나 버렸다. 사람들이 안타까워하자 노인은 “괜찮다. 이 일이 좋은 일을 가져올지?”했다. 그 말이 암말을 달고 나타나자 사람들은 노인네가 수지맞았다고 좋아했다. 노인은 “누가 알아, 이 일이 화가 될지?” 며칠 후 그 말을 타던 아들이 낙마하여 절름발이가 되자 사람들은 노인을 위로했다. “누가 알아? 이 일이 복이 될지?”

그 이듬해 큰 전쟁이 나면서 그 마을 청장년은 모두 전장에 나가 사망했다. 그러나 노인의 아들은 절름발이라는 이유로 징발을 면해 오래 오래 살았다. 이처럼 코로나 팬데믹 상황이 우리에게 새옹지마가 될 수 있다.


최근 뉴욕 맨해튼 코넬 의과대학 부속병원 연구실 벽과 환자들 방마다 PPP 구호가 붙어있으며 복도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은 서로 “P!” 구호를 번갈아가며 외치는 PPP 프로젝트가 화제가 되고 있다 한다. 연방정부 급여보호프로그램 PPP가 아니라 PROUD, PRESENTABLE, PROFESSIONAL 의 PPP다.

이 신조어 구호를 만든 이는 40년이상 이곳에서 근무 중인 김광희 선생(뉴욕가정상담소 설립자)으로 “맨해튼이 활력을 잃어가고 본인을 비롯 병원 직원들이 지쳐가고 있다. 마스크를 쓰고 손을 씻는 것만큼이나 마음의 방역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그래서 긍정, 격려, 다짐의 백신과도 같은 문구로 자신만만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고 한다. 코로나로 힘들지만 그럴수록 자랑스럽게, 멋지게, 전문가답게 나를 챙기자는 것이다.

좌절과 자포자기에서 벗어나 내 주변 커뮤니티를 돌아보며 서로를 격려하는 다같이 ‘PPP‘, 이처럼 화(禍)를 복(福)으로 나누는 일에 누구나 함께 하자.

<민병임/뉴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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