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위기는 위인을 낳는다

2020-09-24 (목) 이기훈 / 재미한국학교 워싱턴 협의회 이사장
크게 작게
고 강원용 목사는 설교 중에 자주 이런 이야기를 했다.  “해방 이후에 발간한 신문기사 중에 ‘단군이래 최대의 위기’나 비슷한 표현을 쓴 기사가 한 달 동안 한번도 없었던 적을 보여주면 현상금 백만원을 주겠다”는 것이다. 내 기억에는 그 상금을 받아간 사람은 없었다.

한국의 현대사를 돌아보면 위기가 아닌 적이 드물 정도로 험난한 역사였다.
6·25 전쟁을 겪으면서 폐허가 된 한반도를 보면서 맥아더 장군이 “이 나라를 회복하려면 백 년도 부족할 것이다” 라고 했던 것이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었다.  그후에도 4·19, 5·16, 10·26, IMF 외환위기 등 크고 작은 위기가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현재의 한국은 단군이래 가장 부유하고 세계 10대 강국으로 발돋움했다. 문화적으로는 세계가 인정할 정도로 많은 인재를 배출했으며 이번 코로나 사태에서는 가장 모범적인 대처로 인해 세계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오죽하면 우리 민족의 특기가 위기극복이라는 말이 농담으로 들리지 않을 정도이다. 
세계 청춘의 가슴을 뛰게 하는 문화한류, 자동차, 반도체, 휴대전화, 선박, 2차전지 등 세계를 선도하는 기술한류, 코로나 바이러스를 근원에서 가장 가깝고 교류도 많았던 상황을 조기에 극복하고 그 경험을 전수할 뿐더러 모든 국민에게 저렴한 첨단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의료 한류, 산업화와 민주화를 단기간에 성취하고 그 성과를 다른 제3세계의 국가들에게 전파하는 봉사 한류, 공정하고 민주적인 선거를 통해 정권을 교체하는 정치 한류 등 우리가 성취한 성과는 우리보다 세계에서 인정하고 있다. 
과연 무엇이 이러한 반전을 이뤄내게 했을까? 돌이켜보면 우리가 위기에 닥쳤을 때 고비마다 이를 극복하도록 민족을 이끌었던 위인들이 있었다.

임진왜란이라는 최고의 위기에 신은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라는 보석을 준비해 놓고 있었다.  세계적으로도 위기에는 위인이 나타났다.
남북전쟁이 없었다면 링컨 대통령이 미국인들이 존경하는 대통령 중에 항상 일등을 차지하는 대통령이 될 수 있었을까? 이혼당하고 딸의 우유를 살 돈이 없어 대신에 딸에게 들려줄 이야기를 둘려줄 상황이 아니었으면 해리 포터라는 명작이 나올 수 있었을까? 
현재 우리는 생각지도 못했던 위기의 한 가운데 있다. 중국의 한 지방에서 시작되었던 괴질이 전세계에 퍼지고 거의 일년이 지나고 있는 상황이지만 가까운 시일 내에 해결될 전망이 보이지 않는다. 

위기를 넘기기 위해 임시방편으로 여러 대책이 나오고 있지만 이미 수많은 식당, 학원, 극장, 여행사 등 중소기업들이 문을 닫아서 실업자가 급등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월세와 모기지를 제 때에 납부하지 못하여 길거리에 나앉는 가정이 기하급수로 늘어나고 있다.
이런 코로나로 인한 사회통제가 계속되면 그 여파가 전체 경제에 엄청난 영향을 주어 백년전 세계를 충격으로 몰아넣어 제 2차 세계대전의 한 원인이 되었던 경제공황으로 갈 수 있는 위기에 있다.

여기에 세계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 인구폭발, 자원고갈, 소득 불균형 심화, 개발도상국의 외채 위기, 세계 각국의 자국우선주의와 무기개발, 미중, 중동, 아프리카 등 국가 간의 갈등 등 앞이 안보이는 위기이다. 
이런 위기는 또 다른 위인을 위한 무대가 아닐까?  홀연히 백마를 타고 나타나는 위인을 기대해 본다.

<이기훈 / 재미한국학교 워싱턴 협의회 이사장>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