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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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명과 퇴계 선생을 되돌아보며

2020-09-16 (수) 문성길 의사 / 전 워싱턴서울대동창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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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강철은 전 워싱턴한인회장을 추모하며

남명(南冥 曺植)과 퇴계(退溪 李滉) 선생은 거의 동년배다. 당시로서는 72세라는 천수(참고로 남명은 1501년 음력 6월26일-1572년 2월 8일, 퇴계는 1501년 11월25일-1570년 12월 8일)를 누렸고 경상 우도(지금의 경상남도)와 경상 좌도(경상북도)를 기반으로 하는 대조되는 두 학풍을 이끈 대학자들이였음은 우리들이 아는 바이다.
사색당파(四色黨派)였던 동인(東人)의 같은 뿌리로 남인(퇴계)과 북인(남명)으로 훗날 길을 달리한다.
남인이 인(仁)을 중시한다면 북인은 의(義)를 숭상한다고 할까. 학문을 하고 실천을 하매 인과 의, 어느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다고 하겠다. 그만큼 당시 선대들은 ‘멋’이라는 게 있지 않았나 싶다.

생각과 행동을 달리하고 속한 파(派)가 같지 않았어도 비난을 자제하고 퇴계는 남명을 수없이 조정(朝庭)에 천거하기를 마다 아니하였으나, 70평생에 단 한 번도 조우한 적은 없다고 한다. 얼마나 신뢰와 존경이 있었으면 그러했을까!
요즈음 한국의 나라 돌아가는 작태들을 보면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부류들이 민생문제는 저리 가라하면서 선량(選良)이랍시고 되지도 않을 너무도 하찮은 문제들을 가지고 귀한 임무를 망각하고 말장난, 꼬투리잡기에 여념이 없다.
옛말에 남의 자식 얘기는 하지도 말고, 전하지도 말라는 경구가 있는 것도 모르는 사람들이 어디 신성한(?) 선량이라 할 수 있을까?

공직자를 비판할 때 식견, 처리능력, 공정무사 여부를 살펴봄이 제일 우선이 아닐까 함은 누구도 아는 사실일 것이다. 헌데, 정책비판에 쏟아야 할 시간에 비단 이런 문제뿐이겠나 마는 일례로 요즘 한창 시끄러운 말단 병사 한 명의 병가 여부의 진위를 떠나 특조위를 구성해야 하느니 장관들에게 시시콜콜 마치 죄인 심문하듯이 하니 그들의 전력이 의심스럽다 하지 않을 수 없다.
극우파들이 그렇게도 몸서리치는 북한사람(정확히 말해 북한 지도부들)이 어떻게 볼까? 한번쯤 생각들이나 해 보았나 묻지 않을 수 없다.
선량들이라면 제 아무리 격에 맞지 아니한 감투를 쓰고 있지만, 백번 양보해 조금이라도 노력하는 자세가 적어도 필요하지 않을까?

서두가 너무 장황해졌다. 강철은 전 워싱턴한인회장의 부음을 들었다. 그는 한마디로 정의의 사나이, 서슬 푸르던 전두환 방미 환영위원장직을 당시 한인회장으로 일언지하에 거절한 소신과 용기는 범부(凡夫)로선 보통 힘든 결정이 아닐 수 없었을 것이다.
선배들에겐 한없이 예의를 깍듯이 차리며 후배, 동료들에겐 너그럽고 따뜻한 심성의 소유자가 아니었나싶다.
그러나 불의엔 여하의 타협도 허락하지 않던 강철은 회장이 아니었던가. 이러한 당신에게 그 원대했을 꿈의 실현을 못 본 것이 고인 자신은 물론이려니와 주위의 모든 친지들의 한결같은 안타까운 생각이리라.
비록 이승에서 못 이룬 포부를 저 세상에서 주님의 따뜻하신 품안에 안겨 그 꿈을 이루소서. 정의희 화신(化身)이시여, 안녕!

<문성길 의사 / 전 워싱턴서울대동창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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