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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후 아내 증후군’ 탈출하기

2020-09-08 (화) 은윤선 박사 / 센터빌,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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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중반 이후 어느 정도 고령의 시기가 오면 명예퇴직이나 질병 등 갑작스러운 실직에 맞닥뜨리게 된다. 이런 환경으로 인해 형성된 ‘은퇴 후 아내 증후군’을 호소하는 중년 아내들이 급증하고 있는 추세이다. 아내는 갑자기 남편과의 밀착된 관계로 인해 이전과 다른 부부관계로의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이는 결국 갈등으로 폭등하게 된다. 서로 함께 하는 시간을 준비하지 못한 중년의 부부들은 원치 않는 스트레스와 갈등으로 인해 급기야는 황혼이혼으로까지 불행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허다해지는 상황에서 딱히 이 부분의 해결책은 없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지혜롭게 받아들이고 대처해야 하는지 알아보자. 다음은 은퇴 후 친구 같은 부부로 지내는 이들의 예이다.

■ 50대 후반 K의 남편은 몇 달 전 퇴직을 했다. 남편은 집에 있는 것이 껄끄러운지 평소 안하던 운동을 하거나,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친구들도 만나고, 도서관에 가서 책도 보며 한동안 활동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겨울이 오자, 날씨가 춥다는 이유로 칩거생활에 돌입하여 집 밖으로 나갈 생각을 전혀 하지 않는다. 그가 집에서 하는 일은 오전에 신문을 읽고 종일 TV를 보거나 세 끼 식사를 꼬박 챙겨 먹는 일이다.
그런 남편을 옆에서 매일 지켜보는 K는 갑갑하고 화가 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매 끼니마다 식사를 차려야 한다는 점과 매사 일일이 하는 일에 잔소리와 참견하는 남편 때문에 스트레스가 폭증했다. 그녀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점은 여태 살림에 도통 관심없던 남편이 퇴직 후 갑자기 모든 걸 참견한다는 점이다.

음식이 뭐가 짜네, 싱겁네, 이건 왜 샀냐 저건 왜 필요하냐 등등 폭풍 잔소리를 해댄다. 그 밖에도 아내를 졸졸 따라다니며 이것저것 묻기도 한다. 젊을 때는 밖으로 돌다 나이 들어 집에서 자신에게 붙어있는 남편을 보면서 매사에 화가 나고, 쉽게 짜증이 나기 시작했고 사소한 모든 걸로 서로 말다툼이 잦아졌다.
갈등을 푸는 가장 좋은 해결책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가사를 분담하는 것이 해결에 도움을 준다고 한다. 예를 들어, 남편이 한 끼 정도는 식사를 스스로 챙겨 먹거나, 아내가 밥을 하면 남편이 설거지를 해주거나 또는 아내가 부엌일을 하면 남편은 집 청소를 하는 분담이 필요하다. 그리고 서로 따로 하는 일도 있어야 하고, 공유하는 일도 있어야 한다. 시간을 정해 함께 하는 취미생활이나 운동을 하거나 각자의 스케쥴 시간을 존중하고 지켜주도록 한다.

평소 사이가 좋은 부부는 은퇴 후 함께 하는 시간을 즐기고 더욱 사이가 돈독해지나, 사이가 좋지 않았던 부부에게는 힘든 시간이 될 확률이 높다는 보고가 많다. 은퇴 후 아내증후군이 비상인 부부는 어느 정도 서로의 마음을 알고 이해하기 위한 미술치료 상담시간을 가져 보면 좋다.
다양한 미술작업을 통해 편안하고 안전하게 서로의 마음을 시각적으로도 체크하고 역지사지로서 상대 입장을 헤아려보는 시간을 보내면 향후 남은 시간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조율할지 조정해볼 수 있다.
·2인의 무언의 그림작업
·동물 가족화
·함께 그리기
yun8472@gmail.com

<은윤선 박사 / 센터빌,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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