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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통일 문예공모전을 마치고

2020-09-08 (화) 박경주 / 센터빌,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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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부터 시작된 두 번째 평화통일 문예 공모전이 마무리되었다. 원래는 공모전에 참가한 아이들과 부모님을 모시고 작품 낭송을 하고 전시회도 하면서 축하하는 큰잔치를 열 계획이었다.
그러나 COVID-19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로 조촐하게 시상식을 치르고 수상자에게는 상장과 상금을, 참여해 준 모든 학생에게는 감사카드와 작은 선물을 우편으로 보냈다.
감사카드를 잘 받았다는 말씀, 좋은 행사를 기획해 주어서 고맙다는 말씀, 아이들이 낭랑한 목소리로 찍어 보낸 수상소감 등이 답장으로 되돌아왔고 이런 여러 모습을 담아 마무리 영상을 만들었다.(https://youtu.be/zZBep2tQEI4)

이번 문예 공모전은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그리며 행복한 미래를 꿈꾸어보고, 2032년 올림픽에서 남북공동개최를 이루고자 하는 희망의 마음을 모으는 것이 중심 생각이었다.
자료를 찾고 에세이를 작성하는데 꼬박 보름의 시간이 걸렸다는 성준이, 엄마와 머리를 맞대고 눈을 맞추며 고사리 같은 작은 손으로 커다란 도화지를 꽉 채운 아이들, 우리말이 서툰 조카와 함께 한반도 분단의 역사를 공부하며 긴 얘기를 나누었다는 평통 위원, 엄마의 나라라고만 알고 있던 대한민국에 대해 아이가 관심을 갖게 되어 감사하다는 어머니, 지난 3개월 동안의 많은 사연을 다듬고 정리하고 나니 아이들의 귀한 작품들이 고스란히 남았다.

공모전 성격상 결국 우열을 가리긴 했지만 접수된 모든 작품에 아이들의 정성과 마음이 느껴져 메일로 작품이 올라올 때마다 진심으로 감사하게 받았다.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대한 자료를 찾고,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이야기를 만들고, 글을 쓰고 다듬고, 밑그림을 그리고 색을 칠하고, 작품에 제목을 붙여 사진을 찍고….
각 과정을 지날 때마다 평화의 바람은 선명해졌을 것이고 꿈꾸는 통일 그날의 모습은 행복하게 다가왔겠지. 그리고는 조심스럽게 소망을 담아서 작품을 접수했을 것이고, 공모전 발표의 날을 기다렸겠지.
심사는 언제나 조심스럽고 어렵고 예민하다. 아이들 마음 까지 담긴 작품들이기에 소중하게 다루었고 뽑는 과정은 엄격했다. 그 누구에게도 상처를 주지 않고 명확하기 위해 노력했다. 글과 그림 부문에서 전문성을 지닌 분들을 심사위원으로 모시고, 심사원칙에 따라 심사를 했다.

아이들의 작품은 기특했고 재치 있었으며 생각이 깊었다. 우리말을 꼭꼭 씹어서 조심스레 내뱉는 아이의 입에서 작은 소리로 “남과 북이 빨리 통일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온몸에 전율이 일었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 꿈에도 소원은 통일” 고리타분하게 느껴지기도 했던 구호 같은 이 말이 아이의 입을 통해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느껴졌다.
2020년 평화통일 문예 공모전을 통해 평화통일에 대한 아이들의 꿈과 생각이 글 18작품, 그림 24작품으로 구체화 되었다. 이 귀한 작품들이 공모전 이후에도 통일 미래를 만드는데 한 줄기 빛이 될 수 있도록 널리 퍼트려 함께 읽고, 보고, 나누도록 노력해야겠다.
두 번째 평화통일 문예공모전에 작품을 보내 준 학생들과 함께 고민하고 격려해 주신 부모님, 워싱턴 문인회, 재미한국학교 워싱턴지역협의회 등 도움을 주신 많은 분께 머리 숙여 감사드린다.

<박경주 / 센터빌,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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