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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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의 문턱에서

2020-09-08 (화) 이보람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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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기침과 고열이 계속되어 응급실을 찾았다. 임산부이기에 쓸 수 있는 약품이 제한적이고 기침을 할 때마다 배가 뭉쳐 혹시 태아에게 무리가 갈까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다. 낮에 산부인과 담당의와의 통화에서도 증세가 더 악화되면 응급실에 가라는 주문을 받았던 터였다.

남편과 응급실에 도착하니 야외에 설치된 간이 부스에서 마스크를 낀 의료진이 증세를 물었다. 열과 혈압 등을 재더니 코로나가 의심된다며 날 그 자리에서 휠체어에 태워 들어갔다. 보호자는 들어갈 수가 없어 그 자리에서 생이별을 했다.

응급실 음압병실에서 나는 각종 검사를 받고 응급처치를 받았다. 산소포화도도 낮고 열도 높아 자칫하다가는 태아에게도 영향을 끼칠 수 있어 해열제를 받았다. 폐 엑스레이를 찍고 피를 뽑고 소변도 받아갔다. 말로만 듣던 콧구멍 깊숙이 쑤시는 코로나 검사도 받았다.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우선 코로나 환자일 수 있기 때문에 코로나 병동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게 되었다. 모든 환기 구멍은 막혀 있고 창문에 연결된 호스로 공기를 빼는 작은 방이었다. 감염내과 의사와 산부인과 의사가 찾아와 나와 태아의 상태를 살폈다. 간호사도 수시로 찾아와 수시로 열과 혈압을 쟀다. 모두가 마스크, 장갑, 페이스 실드 그리고 가운 등으로 중무장을 하고 들어 왔다가 나갈 때 이를 다 폐기했다.

시간이 갈수록 온몸에 주사 바늘구멍이 늘어나고 걱정도 늘었다. 얼떨결에 입원해서 가만히 생각해보니 내가 확진 판정이 나면 그동안 날 간호했던 내 가족들 모두가 위험한 상황이었다.

결과가 나오지도 않았는데 감염내과의는 확진이 되면 신약을 써야 할 수 있는데 태아에게 어떤 영향이 있는지는 밝혀진 바가 없으니 결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산부인과 의사도 내 폐 엑스레이 사진을 보더니 코로나일 확률이 높아 보인다고 했다.

나는 만삭의 임산부라 외출도 하지 않고 접촉한 사람도 없는데 코로나에 걸렸다는 것이 믿을 수가 없고 억울하기 짝이 없었다. 누구한테 옮았을까 괜한 화풀이 상대를 찾느라 지난 시간 속 만난 얼굴들을 한 명 한 명 떠올려 보았지만 의심 가는 사람도 없었다.

뱃속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세상에 빛도 못 봤는데 병까지 지우게 할 순 없었다. 지푸라기도 잡는 심정으로 작은 병실에서 숨죽여 기도했다.

홀로 입원한 지 18시간 정도 지났을까. 의사가 코로나 19 음성임을 확인해주었다. 단순 폐렴이니 일반 병실로 옮겨 치료받으면 된다고 했다. 뜨거운 눈물이 흘렀다. 아이도 이를 아는지 발길질을 해댔다.

코로나 문턱까지 갔다가 돌아오니 코로나는 정말 무섭고 외로운 병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괜찮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으로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나는 병실에서 살아서 나와 가족들 품에 돌아왔지만 내 옆 병실 사람들도 나처럼 나올 수 있을까. 모를 일이다.

지금도 외로이 병마와 싸우는 많은 환자들이 있다. 본인의 부주의로 걸렸다고 할 수 있는 환자도 있겠지만 아무리 조심했어도 감염 경로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감염된 환자도 많다. 그리고 그들 곁에 프런트라인에서 목숨을 걸고 치료에 매진하는 의료 종사자들이 있다. 전 세계에서 코로나 19로 사망한 의료 종사자가 7천여 명에 달한다고 한다. 고임금을 받는다고 해서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결코 아니다. 오늘은 그들의 건강과 안녕을 위해 기도해본다.

<이보람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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