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쇼트트랙 미 국가대표 토마스 홍의 은퇴 소식을 접하고

2020-09-02 (수) 남정길 / 메릴랜드 체육회장
크게 작게
제가 초등학교부터 야구선수 생활을 하면서 코치와 선배에게 조그마한 꼬투리만 있으면 야구방망이로 매일 맞는 게 생활화였었다고 한다면 과장된 것일까요? 지금의 선수들에겐 아마 상상도 못할 일일 것입니다.
현재 한국에서 프로야구 감독 위치에 있는 동료들은 과거 그 일을 회상하며 그것도 추억으로 넘기고 현 위치에서 후배 양성과 유소년을 키우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도 해가 가면서 학교나 운동선수 개개인의 인권을 중시하는 문화가 되어 운동선수들의 인격이나 처우 개선에 많은 변화가 있어, 과거에 비해 스포츠인들이 자신감과 능력에도 한층 발전된 건 사실이나, 아직도 간간이 대표선수들이 감독, 코치의 학대를 못 견뎌 정신과 치료를 받거나 극단적 선택까지 가는 안타까운 일들을 접하게 될 때는 미국을 떠올리게 됩니다.

개개인의 인권을 중요시하는 나라, 스포츠 강국으로 전 세계 여러 분야의 많은 선수들이 뛰고 싶어 하는 나라. 그러나 미국에서도 대표선수들에게 코치의 학대가 있었다는 것에 놀라움과 실망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사람 사는 곳 어디든 문제가 없을 리 없겠지만 한인으로 어린 나이에 미국 메릴랜드에 와서 쇼트트랙을 시작해 어릴 때부터 미국이 보유한 모든 신기록을 갱신하며 당당히 미 국가대표로 평창 동계올림픽에 출전, 미주 한인들의 찬사를 받았던 토마스 홍(한국명 홍인석)이 유타주에서 진행되는 대표팀 훈련 과정에서 코치로부터의 부당한 대우, 학대를 고발하며 은퇴를 고려한다는 말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어린 선수들이 본받고 싶은 선수로 선망의 대상이 된 홍 선수 외 많은 선수들이 그런 대우를 받고 있었다니 놀랍고 한인으로서 화가 날 지경입니다.

2018년 메릴랜드체육회 회장을 시작하면서 평창 동계 올림픽 때부터 현재까지 토마스 홍 선수와 관계를 맺어온 저는 미국 쇼트트랙 국가대표로 지금까지 1위 자리를 놓치지 않고 학교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며, 유타에서의 훈련이 끝나면 메릴랜드에 와서 후배 양성에 심혈을 기울이는 토마스 홍 선수를 봐오면서 체육회를 운영하는 한 사람으로서, 또한 같은 한인으로서 뿌듯하고 자랑스러운 선수임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서부 유타까지 운전해서 훈련이 없을 땐 학교 공부에 열중해 성적도 항상 상위권에 있는 성실한 학생으로 나이에 비해 진중한 성격을 가진 이 선수가 작년에 국가대표 선수 생활 은퇴를 고려한다는 말을 듣고 만류한 적이 있습니다.

코치와의 불화에 관해서 자세한 내용은 알 수 없고, 그런 상황에 대해 논의할 위치에 있지 않은 저로서는 이번 은퇴기사가 너무나 마음이 아픕니다.
이런 와중에 현재 선수들과 붐스트라 코치와의 훈련내용을 잘 모르는 정현숙 전 몽고메리 카운티 회장님의 붐스트라 코치를 옹호하는 발언은 개인 소견으로 치부하기에는 적절치 못한 발언이고 유감스럽기도 합니다.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한 유능한 선수가 코치와의 불화로 인해 은퇴를 고려한다는 것도 안타까운 데 같은 미주 한인으로서 용기를 주지는 못할망정 편협한 발언으로 또 한 번의 상처를 주는 것은 한인 단체장으로서 적절한 자세가 아닌 것 같아 체육인으로서 또한 한인으로서 안타까워 이 글을 올립니다.

<남정길 / 메릴랜드 체육회장>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