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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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센서스 방문요원의 추억

2020-09-02 (수) 미자 리 / 텍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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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스모크 알람 소리 때문에 동네 소방서에 연락을 했다. 친구의 조언을 따른 것인데 금방 소방대원들이 불빛 번쩍대는 빨간 소방차를 몰고 와서 5개의 배터리로 새로 갈아주었다.

캘리포니아에서 살다가 은퇴 후 손주들이 있는 텍사스의 소도시(당시 인구 2만7천명, 지금은 6만8천명)로 10년 전 이사했다. 이곳은 아늑한 벌판에서 긴 뿔을 가진 소들이 한가히 풀을 뜯고 봄이면 보라색 야생화가 만발하는 평화로운 곳이다.

2010년 우편물 속에 배달된 센서스요원 모집광고를 보고 호기심이 생겨 신청을 했다. 그리고는 남편과 함께 알래스카 크루즈 여행을 다녀오니 시험을 치러오라는 전화 메시지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는 모든 것이 옛날식(?)이었다. 종이 시험지로 필기시험을 보고 면접을 하고 일이 시작되었다. 조별로 나뉘어 훈련을 마치고 종이에 프린트된 주소 목록을 가지고 단정한 옷차림에 센서스요원 배지를 목에 걸고 가가호호 방문했다. 저녁시간, 모두들 퇴근하여 집에 있을 때를 택하여 문을 두드렸다. 주민 모두가 친절하게 잘 협조해주어서 몇 달 동안 정말 재미있게 주어진 임무를 완수했다.

최근 오피니언에서 “그때 그 일, 사과합니다”라는 글을 읽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그때 그 일’이란 10년 전 센서스에 응답하지 않은 것이다.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으로 너무나 변한 일상이지만 우리 모두 조금 더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방문하는 센서스요원에 협조하여 우리 몫의 연방기금을 받아서 당연히 받아야할 많은 혜택을 받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10년 전 내가 방문했던 이곳 주민들은 일인당 10년간 2-3만 달러의 연방자금이 커뮤니티에 배정된다는 것을 알고 모두 협조했던 것일까? 아니면 미국시민으로서의 의무를 지켜야한다는 것이 몸에 배어있어서일까? 아니면 미소 띤 나를 도와주고픈 마음 때문이었을까?

확실한 것은 알 수 없지만 10년이 지난 얼마 전 나는 내 이웃 소방관들의 친절한 서비스를 행복하게 받을 수 있었다.

<미자 리 / 텍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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