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1시간 정도 걷기운동을 하고 있다. 오늘따라 선선한 바람이 불어서 아침 공기가 신선해서 참 좋다.
그런데 코로나19 탓으로 봄이 언제 왔다 갔는지 느끼지도 못하는 사이에 우거지는 녹음의 푸르름을 즐기며 기리는 세월의 흐름 속에 여름이 슬며시 우리 곁에 찾아왔다.
말없이 지나가는 힘든 시간 속에 어느덧 가을의 미풍이 아침저녁으로 인사하는 것만 같다. 그동안 6개월 이상 친구나 지인도 못 만나고 방콕해서 있으면서 너무나 답답했을 것이라 생각된다. 여러 시니어 분들께서 말이다. 물론 나 역시도 그렇다.
코로나 발생 직전까지는 매주 2번 정도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고 다양한 프로그램이 펼쳐저 있었다.
고전무용, 라인댄스, 컴퓨터, 영어, 가요교실 그리고 빙고게임과 더불어 점심식사를 제공받으면서 모두가 맛있게 식사를 하면서 즐거운 이야기 꽃을 피우면서 행복함을 만끽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끈끈한 유대 관계를 돈독하게 이어온 하워드카운티 시니어센터 남, 여 회원들이 아쉽게도 더 이상 모임과 만남을 가질 수가 없게 되었다. 그래서 지금의 사태가 원망스럽기 짝이 없다.
시니어들의 삶의 터전이기도 한 하워드카운티 베인센터가 코로나로 굳게 문을 닫았다. 노인들의 모임과 만남, 그 자체의 삶을 송두리째 뽑아버린 못쓸 역병이 우리들의 마음에 아픈 상처만 안겨주었다. ‘아! 옛날이여’ 문득 노래 가사가 떠올랐다.
그러나 좀 다행인 것은 지금은 식당도 실내 영업이 허용이 됐다. 하지만 수용인원 50% 제한에 따라 식당 테이블 수를 줄여 간격을 넓힌 것을 볼 수 있었다. 그 것만이라도 요행이며, 숨통이 트일 것만 같았다.
그래서 자주 만났던 지인에게 전화를 걸어서 우리가 평소에 갔던 그 식당에서 만남을 가졌다.
우리는 갈비탕을 먹으면서 서로 안부를 묻고 국내 외 기삿거리를 담소 형식으로 나누었다. 코로나 이전에는 서로가 마음만 있으면 언제든지 만나 볼 수가 있었는데 지금은 그것이 힘들어졌다. 그렇기 때문에 요즈음 만남을 갖게 된다는 게 보통 쉬운 일이 아니다.
만나도 될까, 망서리게 될 때가 많아졌고, 항상 내 자신과 상대방을 위해 마스크를 꼭 써야 하며, 만나서 식사할 때도 반드시 간격을 두고 앉아서 먹어야 하는 고충이 따르기에 만나본다는 게 그리 편안할 수가 없게 되는 게 작금의 현실이다.
나는 아직도 만나 보고 싶은 시니어 지인들이 있으나 시국이 시국인 만큼 오로지 전화로 안부인사를 묻는 게 고작이다.
언제쯤 시니어 친구들을 볼 수가 있을런지, 마음 한 구석에 아쉽고, 안탑갑고 그리고 그리움이 앙금으로 쌓여 내리고 있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여지껏 별 탈 없이 일상생활을 해온 것처럼 다시 정상으로 되돌아가 각자 주어진 곳에서 마음껏 일하면서 하루하루를 즐겁고 행복하게 삶을 영유해 갔으면 하는 소망뿐이다.
며칠 전에 6살과 12살 된 손녀, 손자가 “할배, 이제는 집에 있는 것 보다 빨리 학교 갔으면 좋겠어요. 보고싶은 친구를 만날 수가 있기 때문이에요” 하고 속삭이듯 말했다.
그 소리를 듣고 나는 마음 속으로 “그래, 이 할배가 기도할 게, 손주들의 소원을 들어주십시오” 하면서 두 손은 어느새 내 가슴에, 두 눈은 푸른 하늘을 향해 고정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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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병찬 / 엘리콧시티, M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