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10분이면 됩니다”

2020-08-22 (토) 민병임 뉴욕 논설위원
크게 작게
그 말도 많고 탈도 많던 2020 인구조사(Census)가 9월말이면 끝난다. 이 마감일이 지나면 다시 10년을 기다려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2020 인구조사를 앞두고부터 시민권 여부 질문을 포함하겠다 하여 뉴욕을 비롯 17개주와 17개시가 소송을 제기, 연방항소법원과 연방대법원까지 가서 시민권 보유여부 항목 추가방침에 제동을 걸었다.

센서스에 김빠지는 일의 반복과 코로나바이러스 여파는 센서스 참여 인구를 대폭 줄여 지난 2010년에 비해 응답률이 상당히 저조하다고 한다. 뉴욕시 한인전체 응답률은 60.2%, 한인밀집지역인 플러싱은 51.3% 등으로 낮은 참여율은 차후 연방기금 확보에 어려움을 예고하고 있다.


인류 최초의 인구조사는 기원전 3,600년경 고대 바빌로니아에서 실시됐다. 바빌로니아는 인구조사 실시 사실만 기록으로 남았고 실제 결과까지 전해지는 것은 고대 로마이다.

센서스의 어원 자체가 로마의 인구조사였던 ‘켄수스’를 영어식으로 읽는 것에서 유래했다. 고대 로마의 인구조사 켄수스는 5년마다 켄소르(Censor)라고 부르던 감찰관들에 의하여 이루어졌다. 인구조사 목적은 세금 징수였으며 오늘날처럼 전체 인구가 아닌 세금을 낼 수 있는 로마 시민권을 가진 성인 남성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BC 204년 21만4,000명이던 것이 BC 70년 91만명으로 대폭 늘어난 것은 기존에 로마시에 사는 사람 대상인 것이 이탈리아 반도 전체로 확대된 결과이며 BC 28년에 400만 명이 넘은 것은 성인남성만 조사하던 것이 전체 인구를 대상으로 조사하는 것으로 확대되었거나 기존 누락된 조사 대상이 대거 보강된 결과로 보인다고 한다.

또 다른 중요한 용도는 군대 모집이었다. 로마는 켄수스를 바탕으로 재정을 확보하고 군대를 동원하면서 도시국가로 출발하여 지중해를 지배하는 대제국으로 성장했다.

중국의 경우 전한(前漢) 때인 AD 2년에 5,767만 명이 된다는 센서스 기록이 있으며 한국은 삼국유사에 “고구려 전성기 21만508호, 백제 전성기 15만2,305호, 신라 전성기 서라벌 지역에 17만8,936호가 있다”고 전해진다.

과거 동서양 모두 세금 부과 및 징병 등의 목적으로 인구조사를 했지만 정확한 인구수와 파악을 통해 국가정책 수립의 기본 자료로 활용하기위한 근대적인 센서스는 미국이 1790년 처음 시작했다.
남북전쟁 결과 노예제가 폐지된 1865년 이전까지 흑인노예의 경우 실제 숫자의 60%만 인구수에 카운트 하는 ‘5분의 3원칙’이 있었다. 노예들은 제외하길 원하던 북부 주, 투표권이 없는 노예도 모두 인구수에 포함시켜 의회 의석 및 선거인단 수에서 이득을 보려한 남부 주, 그들의 타협 결과였다.

당시 센서스가 얼마나 정치적 이해관계가 깊었는지 보여준다. 이 역사를 되짚어보면 우리는 지금, 한사람이라도 더 센서스에 참여해야할 것이다. 서류미비자, 방문자, 비이민 비자소유자 누구나 할 수 있다. 센서스는 연방의석 조정, 예산할당에 가장 주요한 자료이다.


한국 외교부가 2년마다 재외동포 현황조사를 하는데 지난 2019년 9월25일 발표된 미국거주 한인인구는 2019년 현재 254만6,982명, 뉴욕 총영사관 42만1,222명, LA 총영사관 67만6,097명이다. 2010년 센서스에 집계된 미주 한인인구 수는 142만3,784명이다.

아무리 미주 한인 수가 250만 이상이라고 외쳐도 연방정부와 주정부, 시정부에서는 센서스 결과로만 본다. 우리 동네에서 병원이 너무 멀다면, 노인복지센터와 육아시설이 부족하다면, 이 모든 것들이 센서스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센서스 TV광고를 볼 때마다 마음이 찔리더니 4월 중순 어느 날 온라인 센서스설문조사에 참여했다. 주소, 이름, 전화번호, 같이 사는 사람, 집을 떠나있는 가족 등 모든 문항을 채우는데 걸린 시간은 불과 10분. 그 이후 센서스 광고를 볼 때마다 ‘나는 했지.’ 하는 마음이 얼마나 홀가분한 지, 온라인, 전화, 우편, 가정방문 등 여러 방법이 있다. 이 밀린 숙제를 해결하는데 “10분이면 됩니다.”.

<민병임 뉴욕 논설위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